[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검찰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가운데, 연예계 역시 성 추문 파문으로 시끄럽다. 성추행·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최근 MBC 한 유명 드라마 PD A씨가 성추행 혐의로 대기 발령 상태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편집팀 PD인 B 씨를 성추행 했고, B 씨는 이 사실을 여사우협회에 제보해 사측에 항의해 사건이 알려졌다. 비단 B씨 뿐 아니라 추가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연예계 성 추문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해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출연 여배우 C씨에게 대본에도 없는 베드신을 강요하고 폭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 감독은 폭행 혐의만 인정 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C씨는 또 김 감독에게 당시 베드신 강요 및 강제추행 치상, 명예훼손 혐의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는 촬영장의 권력자나 다름없는 PD와 감독의 추악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솜방망이’ 식 처벌이 내려지고 있는 실정임을 잘 알려주는 사례다. 특히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일 경우 법의 형량은 더 가벼워진다.
최근 한 여성 감독은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여성 영화감독 D씨는 개인 SNS에 “2015년 봄 같은 동료이자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D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월 술자리가 끝나고 D씨가 만취한 틈을 타 여성 감독 E씨는 D씨의 신체 부위 일부를 만지면서 유사성행위를 했다. 술이 깬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D씨는 E씨를 준유사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해 12월 대법원은 준유사강간 혐의를 인정해 E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D씨와 D씨의 약혼자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에 비해 형량이 너무나 가볍다. 남자였다면 실형이 나왔을 것 같은데 여성 간의 성폭력 사건이라 죄를 가볍게 봐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성폭력 사건이 만연한 연예계인 만큼 할리우드의 ‘미투’ 캠페인처럼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 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이 밝혀지며 시작됐다.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으로 성폭력 공동 대응을 상징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미투’ 캠페인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달 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는 남녀 배우들이 의상을 검은색으로 통일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지난 달 12일 열린 ‘제 60회 그래미어워드’ 시상식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흰 옷을 입거나 흰 장미를 들고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곧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뜻을 모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성 추문에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는 국내 연예계 역시 이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로이터·AP 연합뉴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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