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유럽 산악지대서 시작돼
스켈레톤·봅슬레이와 분리 발전
속도에 영향주는 썰매 무게 엄격
선수 체중 가벼우면 납조끼 입어
출발 때 장갑 스파이크로 가속도
시야 좁고 브레이크 없어 ‘아찔’
루지(Luge)는 프랑스어로 ‘썰매’라는 뜻이다. 스켈레톤, 봅슬레이와 더불어 얼음 트랙에서 속도를 겨루는 슬라이딩 3종목 중 하나다.
루지는 16세기부터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산악 지대를 중심으로 한 썰매 놀이가 스포츠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금까지도 이 지역 국가들이 루지 강국이다. 1883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처음 국제대회가 열렸고, 1913년 국제썰매스포츠연맹(ISSF)이 창설된 뒤 이듬해 유럽선수권대회가 개최됐지만 스포츠 영역으로 크게 확대되진 못했다. 그러다 1955년 노르웨이 오슬로에 건설된 인공트랙에서 제1회 세계선수권 대회가 개최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년 뒤 1957년에는 국제루지연맹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서 분리ㆍ출범하면서 차별화된 종목으로 독립했다. 1964년 인스브루크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 혹은 영화 ‘쿨러닝’으로 조금씩 알려졌지만, 루지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종목이다.
손으로 밀고 누워 타기
출발 방법이 스켈레톤(엎드려 타기)이나 봅슬레이(앉아 타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썰매에 앉아서 출발선 양 옆에 설치된 봉을 쥐고 출발 신호와 함께 반동을 준 뒤 출발한다. 안전 확인 신호(“Track is clear”)가 떨어진 후 30초 안에 출발하면 된다. 2인승은 45초 이내에 출발한다. 이후 손으로 얼음을 지치는 방법으로 가속도를 붙이고 썰매에 하늘을 보고 완전히 눕는다. 때문에 장갑에는 스파이크(4㎜ 이하)가 박혀있다.
썰매 앞쪽에는 방향을 조절하는 쿠펜(Kufen)이 있다. 선수들은 이 쿠펜을 다리 안쪽으로 누르면서 미세하게 조종한다. 선수들이 경기 중 안으로 굽은 안짱다리 모양으로 질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레이크는 따로 없다.
썰매를 잡고 뛰다가 올라타면서 출발하는 스켈레톤이나 봅슬레이와는 달리 힘찬 출발 동작이 없는데도 경사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슬라이딩 경기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곡선 구간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최대 압력은 중력의 7배(G7)나 된다. 순위를 가리기 위해 스켈레톤은 100분의 1초까지 기록을 측정하지만 루지는 1,000분의 1초까지 계측한다.
사고 및 부상 위험도 크다. 빠른 속도에도 눈을 뜰 수 있도록 고글을 착용하지만, 누운 자세라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브레이크도 따로 없어 속도를 줄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인스브루크 대회에서 카지미어즈 케이 스크르지페스키(당시 55세ㆍ영국)는 대회 개막 6일을 앞두고 연습 경기 도중 사망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당시 21세ㆍ조지아)가 개막 직전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막바지 연습을 하다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는 곡선구간에서 원심력을 견디지 못하고 썰매에서 튕겨 나와 쇠기둥에 부딪히는 사고였다.
승리의 양대 요소 : 공기저항, 무게
승부의 관건은 공기저항과 무게다. 먼저, 썰매의 속도를 감소시키는 공기 저항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헬멧은 안면 보호대를 턱밑까지 내려 감싸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목이 노출되면 그만큼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신발도 특수하다. 지퍼를 올리면 마치 발레를 하듯 발등-정강이가 일직선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발과 공기 접촉면을 최소한으로 해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 무게는 늘려야 한다. 더 무거울수록 더 빨라진다. 활주 날(러너)에 선수 체중을 싫어 압력을 가하면 빙판의 어는 점이 내려가면서 얼음이 녹는다. 이때 생긴 물이 표면을 미끄럽게 만들어 주는데 더 큰 무게로 누를수록 물의 윤활 작용이 커지는 원리다. 때문에 다른 어느 종목보다도 무게 규정이 엄격하다. 1인승 썰매는 23㎏, 2인승은 27㎏으로 정해졌다. 선수 기본 체중은 남자 90㎏, 여자 75㎏, 2인승은 두 선수 합 180㎏이다. 선수 체중이 기본 체중보다 가벼우면 납 조끼를 입어 무게를 늘릴 수 있지만 남자는 13㎏, 여자와 2인승은 10㎏ 이상 증량할 수는 없다. 한번 활주할 때마다 도착지점에서 썰매 규격 및 무게 규정을 까다롭게 점검한다.
세부 종목
평창올림픽에서는 남녀 1인승(싱글)과 2인승(더블) 그리고 팀계주까지 4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1인승 경기는 2일에 걸쳐 하루 2번씩 총 4차례 경기를 치른 뒤 기록을 합산해 순위가 결정된다. 2인승은 하루 2차례 경기를 해 기록을 합산한다. 재미있는 점은 2인승의 경우 한 팀 선수의 성별이 반드시 같을 필요가 없다는 점. 남녀 함께 팀을 이뤄도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적은 여자는 기록에 불리해 남자 두 명이 타는 것이 더 유리하다. 팀 계주는 2014년 소치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여자→남자→더블 순으로 주행한 뒤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앞 주자가 패드를 터치한 뒤 후속 주자가 출발하는 방식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