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국면의 분기점이 될‘평창 외교’가 이번 주부터 본격 펼쳐진다. 평창올림픽 참석차 방한하는 정상급 외빈들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지난달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면면도 곧 드러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다. 평창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살려나가야 하는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그의 방한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한 단초로 활용해야 할 절박한 처지다. 문 대통령이 2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중요한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그의 방한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가 재확인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걱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 뒤 “뭔가 좋은 일이 올림픽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최근 명실상부한 북한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끈다면 북미 2인자 간 조우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6자회담 당사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중요한 변수다. 개막일인 9일 문 대통령과의 평창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추가조치 요구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과 함께 한미일 북핵 공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사 문제와 북핵 안보위기를 동시에 푸는 대일 관계의 좌표를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평창올림픽 개막과 함께 북핵 외교의 장은 펼쳐졌으나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건군절 열병식을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북미대화는 물론 해빙무드를 보이는 남북관계와 평화올림픽 취지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스티브 골드스타인 미국 국무부 차관이 “8일 열병식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만약 북한이 열병식을 연기 또는 취소한다면 역으로 북미 간 극적인 대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핵 정책의 근간을 밝히는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를 8년 만에 발표하면서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의 핵 위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0년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4번 뿐이었으나 이번에는 62차례나 등장했고, 북한을 별도 국가항목으로 다룰 정도로 강경하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평화올림픽을 평창 이후로 확장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성패는 일차적으로 북한 태도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우리측의 세밀하고 유연한 전략도 중요하다. 열병식 연기ㆍ취소와 같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끌어내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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