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투기 시리아 반군에 피격
곧바로 보복공격해 30여명 사망
아프간에 파병규모 늘린 美는
軍 사상자 급증 등 피해 커져
IS 토벌전서도 고전 이어져
미국과 러시아가 ‘중동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해결사를 자처하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지역 정세에 관여하고 나섰지만, 좀체 분쟁상황이 종식되지 않고 장기화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강대국들이 중동에 개입했다가 결국 패퇴했던 역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러시아는 반군에게 전투기가 격추당하는 등 시리아 상황을 평정하지 못하고 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언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러시아 공군 ‘수호이-25’ 전투기가 반군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 조종사는 비상 탈출했으나, 몰려온 반군에게 살해됐다. 격추된 전투기는 이들리브 ‘안전지대(휴전이 유지되는 긴장완화 지대)’ 정찰 비행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AFP통신은 이 지역 시리아 반군인 ‘자바트 알누스’가 전투기 격추 사실을 확인했으며, 조종사가 숨진 직후 러시아가 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한 보복공격을 가해 30여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투기 피격은 러시아 주장과 달리, 시리아 내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를 찾아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단계적 철군 방침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는 반군과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으나, 전투기 피격 등으로 미뤄 명예로운 퇴진은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내부에선 “시리아가 제2의 아프간이 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년째 아프간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미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IS가 점령한 영토의 98%를 탈환했다’고 주장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축하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아프간에도 파병규모를 1만4,000명까지 늘리며 군사 개입을 강화했지만, 미군 사상자가 급증하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2개월간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사상자는 총 141명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IS 토벌전과 아프간 전쟁에서 고전하는 배경을 두고 전쟁 양상이 이른바 ‘땅 따먹기’에서 예측불허의 ‘게릴라식 테러’ 공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도 “IS는 최대 근거지인 이라크 모술, 시리아 락까까지 잃어버렸지만 이들 지역에서 소규모 내부 반란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레반 세력이 건재한 아프간에서도 수도 카불에서 호텔 인질 테러와 구급차 테러가 일주일 사이 발생하는 등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대국들이 힘을 앞세워 군사 행동에 치중해 개입하는 방식으로 중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성급하게 철수한 뒤 무장세력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했던 게 중동 개입 실패의 단적인 예다. 무장세력들을 제거한 뒤 중동 국가들이 스스로 경제 재건 등 자립에 나설 수 있도록, 사후 관리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헤리티지재단 로빈 심콕스 연구원은 “IS세력은 영토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세계 도처에서 (테러) 공격을 가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IS를 몰락시킨 공은 인정하지만 진짜 승리를 위해선 좀 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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