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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올림픽 이후 누가 알겠느냐”

입력
2018.02.04 17: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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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평창’ 긴장 높이는 美日

北주도 남북대화에 실망감 반영

文 제의 ‘북미대화’에 화답 안해

“아베, 올림픽후 조속히 한미훈련”

한국의 대화 중시 노선 견제나서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도 하기 전에 미국과 일본이 올림픽 이후 대북 압박 수준을 끌어 올리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4월 이후에는 미ㆍ일 주도의 압박과 북한 반발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한반도 긴장이 최고 수위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미국과 일본은 정상들이 나서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 올리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남북대화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올림픽 이후에 대해서는 “누가 알겠느냐”고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시키자’는 문재인 대통령 제의에도 화답하지 않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방한 전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대북압박 강화를 위한 사전조율 성격의 회담을 갖기로 했다. 남북대화가 비핵화에서 북한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북한 주도로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의 실망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분위기를 감지한 아베 총리도 문재인 정부와 북한을 겨냥한 공격적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 극우진영을 대표하는 산케이(産經)신문은 4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3월 중순 평창 패럴림픽 폐회식 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조속히 실시하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 유화적인 한국 정부가 한미훈련 재연기를 요구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교도(共同)통신도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아베 총리가 펜스 부통령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으며 두 사람이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훈련을 확실히 실시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평소 중시해온 외교적 모양새를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7일 펜스 부통령을 만난 뒤 공동문서를 발표할 방침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아베ㆍ펜스 회담 후 대북압력 강화 지속과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공동문서를 내놓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 정권 1인자인 총리가 미국 2인자인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건 외교적으로 모양새가 좋지 않은데도, 남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이를 감수한 것이다.

이 신문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전 이행과 북한이 공해상에서 타국 선박을 통해 석유 제품을 옮기는 행위를 막기 위한 미ㆍ일의 강력한 연계도 문서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양국이 북핵ㆍ미사일 문제의 안이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해 한국의 대화중시 노선을 견제할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화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일간 양자 현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행태를 보일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평창에서 진행될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주한 일본인 대피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림픽 후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질 것으로 판단해 자국민 대피계획 마련의 긴급성을 주장한 뒤 실무협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활용해 위안부 합의 검증으로 당한 수모를 되갚아 주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속내인 것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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