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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용비리’ 혐의에 ‘경영행위’라며 맞서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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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용비리’ 혐의에 ‘경영행위’라며 맞서는 은행들

입력
2018.02.04 16:5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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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금융당국의 혐의 제기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당한 ‘경영행위’에 채용비리 누명을 씌워 관치(官治)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결사항전이라도 벌일 분위기다. 하지만 관치 논란과는 별도로, 제기된 채용비리 혐의가 ‘경영행위’라는 은행 측 항변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은행과 금융당국의 이례적 충돌은 금감원이 지난 1일 KEB하나ㆍKB국민 등 5개 은행에서 22건의 채용비리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채용비리 금융사 CEO 해임도 추진키로 하면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거취까지 걸리게 됐다. 대상은행은 “채용비리나 특혜채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다”거나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를 어긴 적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측 반박의 핵심은 혐의로 거론된 일들이 정상적 ‘경영행위’라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비리 혐의 지원자는 필기와 1차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전형 공고에 없는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해 면접을 통과하고 임원 면접 점수도 조정됐다. 또 ‘SKY 대학’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리는 대신 타 대학 출신자의 점수는 내렸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글로벌 우대 전형 등이나, 입점 및 주요 거래대학 출신 우대는 민간기업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채용절차”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윤 회장 종손녀와 전 사외이사의 자녀 등의 채용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일부 임직원이 최상위 면접 점수를 준 점 등이 주요 혐의지만, 역시 경영활동임을 암시하며 비리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우선 금감원이 적발한 특혜채용 ‘VIP 리스트’엔 하나 55명, 국민 20명의 채용 대상자 명단이 기본 인적사항, 추천자 명단과 함께 작성돼 있다. ‘별도 관리’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글로벌 전형이나 특정대 출신 우대가 “민간기업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채용절차”라는 주장도 그렇다. 천명하지 않은 평가기준을 전형과정에서 멋대로 적용했다면, 그건 민간기업이라고 해서 결코 면책될 수 없는 다른 수험생에 대한 기만이자 사기범죄다.

은행들의 반발은 우리 사회가 채용비리 범죄의 심각성을 여전히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해준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비리인지 경영행위인지 끝까지 가려 엄중히 조치해야 할 이유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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