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26)씨는 지난해 4월 폭죽 50~60개를 다이너마이트처럼 보이게 검정 테이프로 묶어 상자에 담아 택배로 보냈다. 받는 곳을 정부서울청사 담당자 앞으로 기재했고, 보내는 사람은 그의 숙모 이름과 함께 숙부가 운영하는 회사명을 썼다.
앞서 박씨가 숙부의 딸 행세를 하며 인터넷에서 불특정 남성들에게 조건만남을 제의했다가 이를 알게 된 숙부로부터 질책을 듣자 앙심을 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짜 폭발물 택배는 ‘수취인 불명’을 이유로 숙부 회사로 반송됐고, 놀란 숙부가 경찰에 신고했다.
덜미가 잡힌 박씨에게는 출동한 경찰관 44명, 소방관 15명, 군 병력 77명 등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정부서울청사 공무원을 협박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가 적용됐다. 타인 명의로 가짜 폭발물 택배를 보낸 사문서위조ㆍ행사 혐의도 더해졌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박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판단은 조금 달랐다. 광주지법 항소부는 박씨에게 사문서위조ㆍ행사죄는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형량을 4개월 줄인 징역 1년 2월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택배 발신인에는 이름과 주소만 있는 등 보내는 사람을 특정하는 기능만 있을 뿐, 법률관계 증명을 주된 취지로 하는 게 아니어서 형법상 문서 범죄를 따질 수 있는 사문서로 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이런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발신인 이름과 주소를 써서 택배상자에 붙인 출력물은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 또는 그 내용이 법률상ㆍ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어서 형법상 사문서”라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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