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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필요 없는 에너지 수확 기술, 활용 범위 무한대죠”

입력
2018.02.04 1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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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발생하는 전력 모아 응용

블루투스 연동한 제품 ‘위치’ 개발

분실ㆍ미아 방지용으로 많이 찾아

축산업에 에너지 수확 기술 적용

가축 몸에 달면 발정주기 등 체크

CES 참가해 국제적 관심 얻기도

김진홍 우양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풍납동 사무실에서 배터리 없는 센서 시제품을 목과 발목에 매단 소 인형을 들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김진홍 우양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풍납동 사무실에서 배터리 없는 센서 시제품을 목과 발목에 매단 소 인형을 들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수많은 정보기술(IT) 기기가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에 의존하는데, 만약 기기들이 배터리 없이 반영구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요.”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홍(54) 우양코퍼레이션 대표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종 모양의 플라스틱 물체를 꺼냈다. 그는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기술)로 데이터를 보내는 센서 시제품인데, 안에는 배터리가 없다”면서 “소가 목에 달고 서너 걸음을 가면 수 밀리암페어(㎃) 정도의 전기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방식은 최근 주목받는 ‘에너지 수확기술’이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압전효과’, 금속에 온도 차이가 생기면 전기가 생성되는 ‘열전효과’ 같은 원리를 응용한다. 사람이 밟으면 멜로디가 나오는 피아노 계단이 압전효과를 적용한 것이다.

태양광 풍력 조력 발전 등도 자연에서 전력을 얻는 에너지 수확기술이지만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김 대표가 지난 2년간 집중한 분야는 스스로 ㎃ 수준의 전류를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그는 “종의 내부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발생하는 시스템과 유사하다”며 “정작 센서 작동에 필요한 전력보다 회로에서 사라지는 게 더 많은데 이걸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양코퍼레이션은 김 대표가 공업화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양대에서 2016년 9월 연구소기업으로 출발했다. 동성화학에 1992년 입사해 23년간 근무하며 신사업 담당 임원과 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낸 김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도 겸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재 기술에 전문성이 있었지만 전자회로 설계 기술은 한양대에서 이전받았다. 그는 “기존 틀 안에서 수익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에 한계를 느껴 늦은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며 “데이터 연결에 필수적인 블루투스에 에너지 수확기술을 결합하면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분실방지기기 '위치'. 우양코퍼레이션 제공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분실방지기기 '위치'. 우양코퍼레이션 제공

김 대표는 지난해 2월 분실방지기기 ‘위치(WICHI)’를 시장에 선보였다. 에너지 수확기술은 아니고 저전력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이다. 위치는 응용소프트웨어(앱)를 설치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 자주 분실하는 자동차 열쇠나 가방 등에 매달면 된다.

개당 가격이 2만5,000원 남짓인데 지난해 약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위치와 스마트폰이 멀어지면 알람이 울리고, 전 세계 어디든 최종 분실 장소를 파악할 수 있다”며 “미아 방지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에너지 수확기술을 적용한 센서 개발은 막바지 단계로, 1차 적용 대상은 축산업이다. 가축의 목이나 발목에 매달면 운동시간이나 식사시간, 발정주기 등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는 인공수정이나 질병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발정이 나면 활동량이 2, 3배 늘어나는데 국내 농장 3곳의 소 100마리를 테스트한 결과 발정주기(21일)를 거의 다 맞췄다”고 말했다.

암소의 발정은 16~24시간 유지되는데, 이때 수정사가 인공수정을 한다. 소가 몇 마리 정도면 주인이 며칠 밤을 새우면 되지만 수십 마리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축산농가는 발정주기 파악을 위해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태그(RFID) 방식의 수입 제품을 주로 쓰지만 김 대표는 “수입 제품은 가격이 비싼 데다 우리 데이터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부스를 열어 에너지 수확기술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배터리가 필요 없는 기술의 확장성에 특히 관심을 보였고, 미국의 한 회사는 공항 내 컨테이너 위치 파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내년 출시 목표인 가축용 센서와 데이터 솔루션이 시장에서 검증돼야 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 개발 및 생산 자금 확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장성이 확인될 경우 자금이 풍부한 기업들의 추격도 막아내야 한다. 그래도 김 대표는 “가축용 센서가 성공하면 에너지 수확기술 활용 범위는 무한대로 넓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김진홍(오른쪽) 우양코퍼레이션 대표가 관람객들에게 에너지 수확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양코퍼레이션 제공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김진홍(오른쪽) 우양코퍼레이션 대표가 관람객들에게 에너지 수확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양코퍼레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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