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52.7%서 16%p나 감소
순위도 2위서 7계단이나 하락
한국에서 가정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이른바 ‘흙수저’ 학생들 가운데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의 비중이 지난 9년 새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한국 가정의 학생들 중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3등급(Level 3) 이상 상위권에 든 ‘학업 탄력적(academically resilient)’ 학생의 비율은 2015년 36.7%를 기록했다. 70개 조사대상 국가 중 9위였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ㆍ수학ㆍ과학 성취도 점검을 통해 이뤄진다.
이번 결과는 52.7%를 기록한 2006년에 비해 16%포인트나 급락한 것으로, 이 같은 9년간 하락폭은 핀란드(16.7%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순위 면에서도 2위에서 일곱 계단이나 하락했다. 특히 2009년 51.3%로 떨어지며 3위로 한 계단 밀린 한국이 2012년 54.9%로 상승, 2위로 복귀했다가 3년 만인 2015년 30%대로 곤두박질쳤다는 점에서 조만간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취약계층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PISA에서 학업 탄력적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53.1%를 기록한 홍콩으로 나타났다. 2006년(52.5%)보다 0.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국 내 또 다른 특별자치행정구인 마카오도 9년 새 13.8%포인트 올라간 51.7%로 3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 일본이 40%대를 기록, 각각 3~5위에 올랐고 캐나다와 핀란드, 대만이 뒤를 이었다.
주요 경제국들 중에서 독일(32.3%)은 12위, 영국(28.2%)은 19위였다. 2015년 조사에 처음으로 포함된 중국(베이징ㆍ상하이ㆍ광둥성ㆍ장쑤성)은 25.9%로 22위를 기록했다. 프랑스(24.1%)와 미국(22.3%)은 28위와 31위에 각각 올랐다.
OECD는 이 비율이 상승한 국가들이 평균 학업성취 수준을 높이고 학교 교육의 질을 개선하거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능력을 설명하는 정도를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형평성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학생의 정기적 등교와 교실의 훈육적 분위기, 학교 내 과외활동 등이 학업 탄력성에 긍정적 연관성을 보였다. 하지만 학생 수당 컴퓨터 비율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규율 바른 교실에서 학습하도록 보장하고 목적이 뚜렷한 과외활동을 확충하면, 학교가 더 포용력 있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선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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