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원봉사라지만…”
강추위에 벌벌 떨고
출퇴근 왕복 3시간이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원봉사자와 파견공무원 처우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수고는 각오했지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열악한 교통편이다.
자원봉사자 숙소 대부분은 강원 강릉과 평창에서 멀리 떨어진 원주(상지대, 강릉원주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속초(현대수리조트, 동천패밀리하우스), 삼척(강원대 삼척캠퍼스) 등에 분산돼있다. A씨는 “왕복 출퇴근에 평균 3시간이 걸린다. 자정에 끝나는 근무가 많아 숙소에 도착하면 새벽 2시인데 곧바로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날이 많아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직행이 없어 셔틀을 갈아타며 출퇴근하고 있다”고 어이없어 했다. C씨는 “한 번은 출근 버스가 부족해 7명이 탑승을 못했다. 다음 버스가 6시간 후라 3시간 넘게 기다리니 그냥 쉬라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림픽을 위해 파견 나온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도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달 10일 강릉 관동대에서 평창으로 떠나는 45인승 출근버스에 60명이 탑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15명은 버스 통로에 서서 고속도로 위 1시간을 버텨야 했다. 같은 날 퇴근 버스도 3명이 초과 탑승했다. 위험천만한 불법질주에 항의해 증차를 요구하자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이튿날부터 탑승정원만 태우고 남은 인원은 무한정 바깥에서 기다리게 했다. 이 시기 평창군 대관령면의 체감온도는 평균 영하 20도였다. 이들은 일주일 이상 기약 없는 버스를 기다리며 평균 1시간여를 벌벌 떨었다. 조직위 사무실로 수 십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잘 받지 않았고,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도 “알아보겠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한다.
공식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지만 출근버스가 오전 5시 30분에 배차되기도 했다. 퇴근 버스도 오후 8시 40분이 첫차였다. D씨는 “바깥에서 30분~1시간 기다리는 건 예사라 대부분 직원이 감기와 두통을 달고 산다”고 했다.
급기야 지난 달 28일 배차 시간에 항의해 집단으로 출근을 거부하며 ‘파업’까지 감행했지만 조직위 수송부는 “임시 차편이라 배차 간격, 도착 시간이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는 답뿐이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와는 신분이 또 다른 공직자라 마음껏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 중이다.
이에 대해 조직위 차량운영부 김종기 부장은 “지난달 말부터 파견, 자원봉사자 인원이 5,000여 명에서 3만 여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숙소도 19곳에서 87개로 많아졌으나 증차 속도는 200여 대에서 468대로 느는데 그쳤다. 여기에 숙소가 강원도 구석구석에 있다 보니 기사가 길을 헤매 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교통편과 관련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조직위는 2일 “대회기간 총 4,637대의 버스를 증차하고 예비차량 100대도 매일 투입하겠다. 인력이 많이 투입된 경기장, 선수촌, 미디어촌에 별도 차량을 배치해 운용하고 승하차장 위치 안내와 운전기사 교육 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평창=박진만 기자ㆍ윤태석 기자ㆍ박주영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