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서정화·명준, 사촌 서지원
평창 모굴스키 싹쓸이 노리는
캐나다 라퐁테家 유명세에 도전
기술·심리 안정 함께 고민하며
설상 종목 첫 메달 목표 맹훈련
캐나다 ‘뒤푸르 라퐁테 가(家)’의 세 자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모굴스키에서 금ㆍ은ㆍ동 싹쓸이에 도전한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막내 저스틴(24)이 금메달, 둘째 클로에(27)가 은메달을 목에 건 전통의 스키 가문이다.
같은 종목인 모굴스키에 대한민국에선 서씨 가문이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프리스타일스키 모굴스키 남녀 부문에 출전한 서정화(28), 명준(26), 지원(24) 선수가 주인공이다.
서정화와 서명준은 친남매고, 서지원은 이들과 사촌지간이다. 세 선수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인 설상 종목에서 사상 첫 메달을 목표로,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파크 모굴스키 경기장이 개방될 때까지 인근 웰리힐리파크에서 맹훈련 중이다.
첫째 서정화와 막내 서지원은 각각 2009년과 2012년부터 올림픽 대표를 지낸 베테랑이자 대표팀의 기둥이다. 지난달 24일 선수단 결단식에서는 서정화가 모태범(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선수 대표로 선전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기도 했다. 서명준까지 이번에 올림픽 대표에 합류하면서 서씨 가문의 올림픽 도전 퍼즐이 완성됐다. 특히 토리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토비 도슨(40) 감독이 지난해 국가대표팀에 합류, 한국 모굴스키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4위)을 내는 등 모굴스키 대표팀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 가족이라 힘들 땐 서로 의지하며 기술적ㆍ심리적 조언도 나누는 등 ‘가족만 한 게 없음’을 실감하곤 한다. 하지만, 반대로 한 가족이어서 불편한 점도 있다고 한다. 특히 서정화와 서지원은 같은 종목 라이벌이다. 서지원은 “대회에 임박해서는 아무래도 서로 예민해지게 마련”이라며 “한동안 서로 말도 안하고 지낼 때도 있다”며 웃었다.
물론, 서씨 남매가 극복해야 할 숙제는 많다. 서정화는 지난해 3월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 한국 여자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페이스가 조금 떨어진 점이 문제다. 그래서 여자선수들은 좀체 선보이지 않는 ‘백더블풀’(뒤로 돌면서 옆으로 720도 회전)을 새롭게 장착,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서정화는 “이미 경험은 충분하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성적으로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명준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서 오는 긴장감 극복이 숙제다. 올 시즌 들어 점프 기술에서 작은 실수가 잦아 이를 보완하는데 훈련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지원의 숙제는 ‘마인드 컨트롤’이다. 소치 올림픽 이후 부쩍 욕심이 많아졌는데 오히려 경기 운영에 독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모굴 코스를 공략하되 평정심을 갖고 ‘오버’ 하지 않는 법을 훈련 중이다.
사실 세 선수는 ‘확실한 메달권’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회 때까지 각자 약점을 충실히 보완한다면 ‘설상 종목 사상 최초의 메달’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라는 게 코치진의 설명이다. 자연설 위주의 외국 슬로프와는 달리, 평창 올림픽 슬로프는 인공설이 가미된 익숙한 경기장이라는 점도 유리한 대목이다. 서정화는 “몇 등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레이스를 펼쳤노라 라는 생각이 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횡성=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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