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4강 기자간담회
“내 경기영상 오그라들어 잘 못봐
발 부상 회복, 다음주 훈련 재개
더 높은 곳서 시즌 마무리할 것”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메이저대회 시상대에 오르리라는 기대와 욕심이 있다.”
호주오픈 4강 진출로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쓴 정현(22)이 더 높은 곳에서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현은 2일 오전 의류를 후원하는 라코스테 주최로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호텔에서 귀국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번에 갑작스럽게 4강에 올라 5월 프랑스오픈 목표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더 좋은 결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지난달 열린 호주오픈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독일), 노바크 조코비치(31ㆍ세르비아)등 최상위 랭커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황제’ 로저 페더러(37ㆍ스위스)가 “충분히 톱10에 진입할 수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메이저대회 4강 진출로 정현의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은 58위에서 2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오랜만에 운동복이 아닌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정현은 조코비치와의 16강전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3-0으로 패배한 2년 전과 같은 코트에서 맞대결해 설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게 기량을 향상시킨 비결을 묻자 “고질적 문제였던 서브 보완을 위해 동계훈련 기간 외국인 코치와 밸런스, 힘기르기 등 작은 부분부터 열심히 훈련한 게 빛을 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조코비치와의 대결 영상이 호주오픈 유튜브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고 귀띔하자 “제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고 오그라들기도 해서 제 경기 영상은 잘 못 보는 편”이라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 영상은 찾아보지만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제 영상은 못 보겠더라. 휴대폰에도 제 사진을 깔아두거나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페더러와의 준결승전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발바닥 부상도 거의 회복됐다고 밝혔다. 정현은 “아직 어려 회복 속도가 빠르다”면서 “새 살이 돋아 훈련을 시작해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5세트로 치르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높이 올라간 게 처음이라 발이 적응을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한계를 계속 넓혀 아쉽게 기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현은 다음주 훈련을 재개하고 향후 대회 출전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현은 “호주오픈 기간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에 자신의 이름과 테니스가 오른 것을 보고 인기를 실감했다”며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과 나란히 거론되는 점에 대해선 “영광이지만 내가 높은 곳에 오르고 계속 그 자리를 지켜내야 진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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