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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청탁 명부 만들어 특혜채용했다

입력
2018.02.02 14: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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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ㆍ고액 거래처 자녀 등

전형 서류에 ‘합격점(●)’ 찍어

3년간 이중 31명 최종합격시켜

검찰, 이광구 전 행장 등 5명 기소

청탁 명부를 만들어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청탁 명부를 만들어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검찰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3년간 ‘청탁 명부’를 관리하면서 공직자, 고액 거래처, 내부 유력자 자녀가 채용 조건에 미치지 못해도 합격시켜왔다.

서울 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구자현)는 채용 과정에서 청탁을 받은 37명의 합격을 결정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전 행장과 함께 채용비리에 가담한 전직 부행장, 인사부 간부 4명도 같은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외부 청탁자 및 우리은행 내 친인척 ‘명부’를 관리했다. 명부가 채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건 2015년.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떨어질 실력인 10명이 최종 면접까지 살아남았는데, 모두 명부에 있는 사람들 자녀였다. 이후 2016년에는 19명을, 지난해에는 8명을 같은 방식으로 서류나 1차 면접에서 합격 처리했다. 이 중 31명은 최종 합격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이 관리한 명부에는 은행과 관련 있는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 공직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은행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명부에 있는 공직자 자녀들은 가급적 서류전형에서 합격 처리 되도록 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합격자 서열을 조작했다. 합격 조건에 미치지 못한 ‘명부 자녀’들의 서류에는 ‘합격점(●)’을 찍고, 기존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불합격 처리했다. 서류전형의 경우 1만4,000여명이 지원하면 900명이 합격하는데, 서류전형 합격자 중 하위권에 있는 지원자와 청탁 명부에 있는 지원자를 바꾸는 식이었다. 실제 채용 점수 51점을 받은 지원자는 떨어지고, 고위공직자 추천을 받았지만 채용 점수는 36점인 지원자는 합격했다. 면접 점수를 올려 줘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채용 직후 청탁 명부와 함께 평가기록을 파기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관계자 조사와 인사부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채용비리 증거가 발견돼 기소를 피할 수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서류전형이 공정하다는 믿음 하에 면접을 진행하는 1차 면접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공정한 경쟁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신뢰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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