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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서 검사의 젖은 목소리가 내게 용기를 줬다”

입력
2018.02.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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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이 취업 준비생 시절 겪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가슴을 할퀴고 나온 서지현 검사의 젖은 목소리가 내게 용기를 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 의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이 취업을 희망했던 로펌 대표에게 당한 성폭력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한 서 검사의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북창 열어 가득 (글씨를) 메우고도, 핸드폰 노트 페이지에 다시 옮겨다 놓고 아직도 망설인다”며 ‘나도 당했다’는 뜻의 “#MeToo”를 남긴 바 있다.

이 의원은 구체적인 피해 정도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 따르면, 13년 전의 일이고 가해자는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였다. 이 의원은 “(과거에) 왜 용기를 못 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로서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와 제가 갈등을 빚어서 향후 취업 시장에서 제가 어떤 이득을 볼까…(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그분에게 맞섰다가 이제 사회 초년병인 제가 법조계에서 어떻게 버틸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며 “당시 저로서는 감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권력의 상하가 분명한 관계에서 일어난 일임을 암시한 것이다.

이 의원은 “그 이후에도 그분은 계속 전화를 해 왔다. 제가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화가 나 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도 계속 전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피해자인 이 의원의 의사에 반해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본인이 ‘잘못을 했구나’하면서 시쳇말로 ‘앗, 뜨거워’ 하고 숨어도 부족할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피해자인 저에게 전화를 해대는 등의 친근감의 표시를 지속했다”며 “2차적, 3차적 위협을 해왔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 대해서 공론화하거나 문제제기 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문제를 공론화할 수 없었던 처지와 심경도 거듭 토로했다. 이 의원은 “다른 이들의 문제에 누구 못지않게 용감하게 나섰다고 생각하는 ‘이재정 변호사’였지만, 제 문제에서만큼은 피해자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딪혀 싸우기에는 제가 겪어야 될 여러 불이익들이 너무 생생하게 상상이 돼 감행하지 못했다”며 “그렇기에 저에 대한 책망이나 아쉬움이 오랫동안 저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가해자를 향해 “당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였으니 지금도 변호사 업무를 한다면 현직에 있을 것”이라며 “오늘도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으면서 본인은 가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스스로 가해자인지 모르는 가해자들에게 말씀 드리겠다. 오늘 본인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 더듬어 보시라”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서 검사의 고발 이후 퍼지는 ‘미투운동’과 관련해선 “우리 모두의 관심이 일회적인 호기심에 머물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부탁 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인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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