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 28명 조사해보니
“정확한 정보를 몰라서
사회보험 부담, 정책 신뢰 못해” 등
4가지 주요 이유로 25명 미신청
1월말까지 신청률 고작 3.4%
자격요건 완화 등 대책 필요
“일자리 안정자금 얘기를 듣자마자 ‘가뭄의 단비구나’ 하고 엄청 기대했죠. 그런데 우리는 월급을 많이줘서 안 된대요. 노무사 자문도 받아봤는데도 답이 없더라고요.”
서울의 한 시장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정남(가명ㆍ54)씨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황씨 치킨집의 직원은 6명. 오전 10시쯤 장사를 시작해 밤 11시에 문을 닫기에 직원들 역시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기본급에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면 월급은 금세 200만원이 넘는다. 지원금 신청 기준인 ‘월 보수액(기본급 및 연장근로수당 등 총합) 190만원 미만’을 충족하지 못한다. 황씨는 아르바이트라도 더 써서 1인당 근로시간을 줄여보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한 푼이 아쉬워 오래 일하고 돈 더 받는 게 낫다고 하는데 나 하나 편하자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죠. 게다가 전통시장은 일할 사람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에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 신청률이 너무도 저조하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사업장은 3만6,149곳, 신청 근로자 수는 8만 573명이었다. 고용부가 추산한 신청대상 근로자 236만4,000명의 3.4%에 불과하다.
최저임금만 준수하면 근로자 1명당 최대 13만원의 인건비를 주겠다는 정부의 파격적인 제안에도 사업주들은 왜 선뜻 나서지 못할까. 한국일보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직원 30인 미만 고용 업체의 사업주 28명을 조사해 그 중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은 25인을 대상으로 이유를 물었다.
사업주들이 말한 이유는 크게 4가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황씨처럼 신청 요건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32%)다. 인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유경(가명ㆍ45)씨도 알바생 2명에 대한 지원금을 신청하려 했지만 ‘지원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보고 포기했다. 알바생들이 얼마나 오래 일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씨는 “둘 다 대학생이라 개강하면 그만둘 수도 있는데 섣불리 신청하면 나도 정부에 거짓말을 한 게 되는 셈” 이라며 “알바생 절반은 6개월 넘게 일하겠다고 와서 한 달도 못 채우고 나가는데 이런 사정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몰라 신청을 못한 사업주(28%)들도 여전히 많았다.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노원석(34ㆍ가명)씨는 지원금이 지금껏 본인과는 먼 얘기라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알바생 3명에 대해 지원을 받아보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월 급여 157만원 미만은 신청 불가’라고 나와있어 마음을 접었다는 것이다. “알바생들이 하루 6시간씩만 일하는데 그 월급을 맞춰주긴 어렵다”는 게 노씨의 말. 그러나 실제 주 40 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엔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김영주 고용부장관을 비롯해 각부 장차관들이 나서 홍보에 총력을 기울인 것에 비해 구체적인 정보전달은 미흡했던 셈이다.
사회보험 가입 부담에 신청하지 못한 사업주(16%)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의류대리점을 운영하는 서수원(가명ㆍ57)씨는 “정부가 보험료도 지원해준다고 해도 근로자들은 여전히 3만원 넘게 부담 해야 하는데 그 정도면 한달 교통비 수준”이라며 “우리 직원에게도 제안을 해봤지만 월 실수령액이 적어지니 거부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백소연(40)씨도 “카운터를 보는 알바생에게 물어보니 ‘학교 장학금 심사에서 떨어질 수 있다’며 가입을 꺼렸다”고 토로했다.
아직 정책을 신뢰하기 어려워 섣불리 신청하지 못한 사업주(24%)도 있다. 지원책이 시작 된 지 한달 밖에 안 돼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데다 1년짜리 반짝 지원으로 끝날까 우려하는 경우다. 서울에서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조장원(가명ㆍ53)씨는 “단 1년 인건비 지원받겠다고 사회보험 가입부담까지 감수할만한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시행 초반의 성과가 그 이후의 성공을 담보하기 때문에 향후 두 세달 간의 신청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은 주로 주변 업체를 통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초기 신청률이 높아져야 입소문도 나고 너도나도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라며 “현장 애로사항을 반영해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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