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수들 실력 뛰어나서 놀라”
경기 후 농담도 건네며 화기애애
北 선수단 32명, 南 전세기로 방남
피겨 렴대옥ㆍ김주식 여유로운 웃음
원길우 단장 “동포에 인사 전해”
북한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한 한국 선수단이 1일 귀환했다. 이들이 탑승한 전세기에는 원길우 체육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북측 선수단 32명도 동승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의 방남이 완료됐다.
하루 전 자유스키를 타며 인사를 나눈 남북 스키단은 이날 오전 공동훈련 및 친선경기를 진행하며 우의를 다졌다. 선수들은 훈련을 앞두고 잔뜩 설렌 모습이었다. 남측 신정우 선수는 “앞으로도 같이 훈련하고, 시합하는 (교류)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북측 선수들도) 남측으로 와서 스키도 탔음 좋겠다”고 벅찬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측 선수들은 북측 선수들의 기량에도 놀란 모습이었다. 최정현 선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북측 선수들 실력이 뛰어나서 굉장히 놀랐다”며 “각 지역마다 스키 선수들이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스키 종목이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고 전했다.
북측 선수들도 공동훈련에 의미를 두긴 마찬가지였다. 김청송 선수는 “하루 빨리 통일이 돼서 남측 선수들과 세계 패권을 함께 쥐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남북 선수들은 전날보다 친밀해진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옹기종기 모여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의 나이를 듣고 “네가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농담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휴대폰이 있으면 같이 사진을 찍을 텐데 (아쉽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알파인스키 친선경기는 오전 9시 2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진행됐다. 경기는 남북 선수 각 12명이 2번씩 슬로프를 내려온 뒤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친선에 방점을 둔 만큼 따로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다. 남북 관계자들은 물론 마식령호텔 직원, 스키장에 놀러 온 북한 주민들도 결승선 부근에서 진귀한 장면을 지켜봤다. 기록 훈련 이후에는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북측 선수 2명에게, 리항준 북한 체육성 국장이 남측 선수 2명에게 꽃을 전달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남북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오전 10시부터 1시간 15분간 공동훈련을 했다.
북측 관계자는 “마식령스키장에는 대여장비가 약 2,000세트 정도 구비돼 있으며 외국 관광객들이 ‘시설이 좋다’고 평한다”고 전했다.
공동훈련을 마친 남측 대표단은 오후 2시 30분 마식령스키장을 출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향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 32명도 방남을 위해 공항에 속속 도착했다. 이들을 태운 아시아나 전세기는 오후 5시 10분 이륙, 동해 항로를 거쳐 1시간 5분 뒤인 오후 6시 15분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선수단은 원길우 단장, 선수 10명, 코치 3명, 지원인력 18명으로 구성됐다. 이로써 남북 단일팀 합동훈련을 위해 먼저 내려온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포함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 22명의 방남은 모두 완료됐다.
원 단장은 공항에서 “남녘의 겨레들에 우리 북녘 동포들의 인사를 전한다”라고 짧게 말한 뒤 차에 탑승했다. 원 단장을 따라나오던 북한 선수들도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많은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김주식 만은 웃음을 머금은 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일운동단체 회원 10여명이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와 한반도기가 새겨진 펼침막을 들고 공항 건물 밖에서 환영 인사를 하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은 양양공항에서 40여분 거리를 달려 강릉선수촌에 도착한 뒤 대회 기간에 착용해야 하는 AD카드를 발급받는 웰컴센터에서 임시패스를 받고 배정된 숙소로 이동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남북 단일팀 합동 훈련 중인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4일 평가전을 마치고 선수촌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북한 선수단이 오후 늦게 출발하면서 밥을 먹지 못해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선수촌 첫 일정을 보냈다"고 말했다.
마식령ㆍ양양= 공동취재단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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