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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친구들 ‘퇴근’ 뒤 사육사들은 뭐하나 했더니

입력
2018.02.01 17:2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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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판다가 사육사의 연구 결과로 도출된 이상적인 대나무 식사를 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판다가 사육사의 연구 결과로 도출된 이상적인 대나무 식사를 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자 동물들도 하나둘 잠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추운 겨울철에는 동물들도 6시 이전 ‘퇴근’을 한다.

이내 동물들 우리가 텅 비고 관람객들도 모두 떠나자 사육사 10여 명이 동물원 구석의 교육실로 모여들었다. 그중 지난해 입사한 새내기 사육사 이원정(22)씨는 심호흡을 하며 발표 자료를 챙겼다. 이씨는 에버랜드가 2008년 개발해 올해로 10년을 맞은 사육사 양성 프로그램(EZEC) 기초과정 수강자다. 사육사가 스스로 정한 주제를 발표하면 8주간 이어진 기초과정을 수료하게 된다.

이씨는 ‘엘더브라 육지거북 행동강화 트레이닝'을 준비했다. 1961년생인 이 거북은 좀체 움직이지를 않는다. 몸무게가 200㎏이나 나가는 거구라 강제로 운동시킬 수도 없다. 이씨는 “지시봉을 터치하면 보상(먹이)을 주는 방식으로 연습시켰다”며 “반복 학습을 통해 일정 지점까지 움직이며 운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표를 듣던 20년 차 베테랑 사육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 교육실에서 이원정 사육사가 엘더브라 육지거북 운동 연구결과를 동료 사육사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사육사가 된 이씨는 거북이와 캥거루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 교육실에서 이원정 사육사가 엘더브라 육지거북 운동 연구결과를 동료 사육사들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사육사가 된 이씨는 거북이와 캥거루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사육사들 사이에서 EZEC는 유명한 교육과정이다. 에버랜드 직원은 물론 캐스트(아르바이트생)까지 지난 10년간 380명이 거쳐 갔다. 기초과정에 이어 12주간의 심화과정을 마치고 인증까지 받은 캐스트도 49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부분 다른 동물원에서 근무해 에버랜드가 ‘사육사 사관학교’로 불린다. 동료 사육사가 연구한 사례를 공유해 자신이 담당하는 동물의 행동개선 등에 효과를 보기도 한다.

이날 발표를 마친 이씨도 “시작하기 전에는 업무가 끝난 뒤 밤에 공부하는 게 부담됐는데 돌이켜보니 정말 좋은 기회”라며 “사육사 선배와 수의사들의 강의를 듣고 직접 연구를 진행하며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들이 모두 잠자리에 돌아가도

사육사들은 퇴근 잊고 공부합니다”

에버랜드 EZEC 프로그램

사육사와 캐스트 등 380명 거쳐가

사육사의 치열한 연구 끝에 2015년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치타 3남매. 에버랜드 제공
사육사의 치열한 연구 끝에 2015년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치타 3남매. 에버랜드 제공

빈 동물원에 남아 늦은 밤까지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해온 사육사들의 집단지성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판다 사육사는 1년간 판다가 먹은 대나무와 배변량을 분석해 최적의 대나무 제공 방안을 끌어냈다. 워낙 키가 커 채혈이 어려운 기린의 목을 자극하고 보상하는 훈련을 통해 채혈하는 방법도 사육사들이 함께 연구한 결과다.

성격이 예민한 치타가 지난 2015년 3마리의 새끼를 순산한 것도 동물에 대한 사육사의 애정과 고민의 산물이다. 치타 번식에 성공한 문인주 사육사는 “동료들과 함께 치타가 심적 안정을 취할 방법을 연구했다”며 “다른 맹수들에게 사용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젝트를 치타에 적용해 활동성을 높였더니 수컷 치타의 근력이 몰라보게 좋아져 암컷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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