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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데몬 전 자치 수반 “카탈루냐 독립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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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데몬 전 자치 수반 “카탈루냐 독립은 끝났다”

입력
2018.02.01 17:4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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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 승리’ 속내 드러내

지난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자치의회 의사당 바깥에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의 얼굴이 인쇄된 가면을 쓰고 집회를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자치의회 의사당 바깥에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의 얼굴이 인쇄된 가면을 쓰고 집회를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당신은 이것이 끝났다는 걸 깨달았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 국민들은 우리를, 최소한 나를 희생양으로 삼은 겁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 TV채널 ‘텔레싱코’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사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추진하다 해임된 후 사법처리를 피해 해외 도피 중인 그가 스페인 정부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패배했음을 시인하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 최전선에 있는 지도자의 이러한 심경 고백에 분리독립 진영의 투쟁 동력도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지데몬은 전날 벨기에 루벤에서 열린 전 내각 동료 토니 코민 전 보건장관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작년 10월 이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실상 망명 중인 그는 “몽클로아(스페인 중앙정부를 뜻하는 비유적 표현)의 계획이 승리를 거뒀다”고도 했다. 푸지데몬의 이러한 메시지는 코민의 뒤에 있던 텔레싱코 소속 카메라멘에게 우연히 포착돼 이튿날 전파를 타게 됐다.

푸지데몬은 이날 트위터에 해당 메시지 발송 사실을 인정한 뒤, “나도 인간이다. 나 스스로 의심을 할 때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태 수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시적인 번민’ 정도로 이해하기엔, 패배감과 좌절감이 뚜렷해 보이기 때문이다. FT도 “분리독립 진영 내에 자포자기 분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푸지데몬과 분리독립 세력은 진퇴양난의 처지다. 지난해 12월 조기 지방선거에서의 승리 이후,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푸지데몬을 차기 수반으로 재선출하고자 했으나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그의 ‘원격 통치’가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게다가 스페인 정부는 푸지데몬이 귀국하면 반역죄로 체포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물론, 그가 차기 수반으로 선출되면 카탈루냐의 자치권까지 박탈한다는 입장이다.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전날 ‘푸지데몬 차기 수반 재선출’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이런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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