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공정한 절차 거친 것”
금융당국 “비리는 팩트” 반박
금융당국이 채용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로 지목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비리 검사 결과는 정확하다”고 반박하면서 은행들과 당국의 갈등이 정면 충돌로 치닫는 모습이다.
1일 허인 국민은행장은 계열사 사장단이 모인 경영관리회의에서 전날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통보한 채용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허 행장은 “의혹에 연루된 직원은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윤 회장 누나의 손녀)로 지역 할당제로 입사했으며, 절차상 문제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특혜 채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날 국민ㆍ하나ㆍ광주ㆍ부산ㆍ대구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혐의를 검찰에 통보하면서, 국민은행의 경우 윤 회장의 친인척이 1차 서류 심사에서 840명 중 813등을 하고도 최종 합격자 120명 중 4등으로 입사해 특혜 채용이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채용은 ‘서류전형→필기시험→1차 면접→2차 면접’ 순으로 진행되고, 각 과정마다 점수를 0으로 놓고 다시 평가하는 ‘제로 베이스’ 형태”라며 “해당 직원은 1차 면접서 300명 중 273등, 최종 면접에서는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고 말했다. 당초 서류 통과자가 840명에서 870명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840등으로 최하위 점수였던 전 사외이사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필기시험을 볼 고사장의 수용 범위에 따라 항상 서류 합격자를 융통성 있게 조정해 왔다”고 해명했다.
2016년 신규 채용 때 6명을 사외이사 관계자, 계열 카드사 사장 지인의 자녀, 특정 학교 출신 등으로 채웠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하나은행도 이날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정인,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며 “특혜 채용 청탁자도 없었던 만큼 검찰에서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금융당국에 이미 이런 내용들을 소명했지만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 수사를 택했다. 은행들의 해명이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날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감원 검사역들이 은행에 직접 가서 채용비리 사항을 확인했고, 그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역들이 은행 컴퓨터 서버, 폐기된 인사 관련 문건 등을 수색해 채용비리 근거 자료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검찰 수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그에 대한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도 채용비리와 연루된 최고경영자(CEO) 징계 계획을 묻는 질문엔 “검찰에서 문제가 확인된 다음에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들 은행과 금융당국의 충돌을 두고 그간 쌓였던 갈등이 기폭제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은행의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 과정에서 금감원과 마찰을 빚었다. 금감원이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관여 의혹이 제기된 특혜대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검사 진행을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 연기를 요구했지만 하나금융 측은 선임 절차를 강행했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윤종규 당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경쟁 후보들의 자진 사퇴로 단독 후보가 돼 회장직을 연임하는 과정에서 ‘셀프 연임’ 등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졌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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