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최근의 냉기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미국ㆍ중국 등과의 경제협력 확대가 절실한 영국,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중국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이다.
1일 주요 외신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영국 총리로선 4년만인 이번 방중 기간 총 90억파운드(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경협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전날 메이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의 경협 분야로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원자력ㆍ고속철도ㆍ금융ㆍ첨단기술ㆍ제3국시장 공동개척 등을 거론했다.
실제 일대일로에 대한 메이 총리 측의 비판적인 입장 때문에 그간 껄끄러웠던 양국관계는 메이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한껏 누그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메이 총리는 중국의 바람대로 “영국이야말로 일대일로의 ‘선천적 협력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 관련 투자사업들이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중국은 통 크게 화답했다. 우선 상하이(上海) 증시와 런던 증시에서 주식을 교차 거래하는 후룬퉁(滬倫通) 준비작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후룬퉁은 브렉시트로 국제 금융허브 지위를 위협받는 영국이 고대하던 프로젝트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도 자본시장 탈규제화와 위안화 국제화 측면에서 기대치가 높다. 중국은 또 1996년 광우병 사태 이후 처음으로 영국산 쇠고기 수입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이 메이 총리에게 안긴 선물 보따리가 지난 8∼10일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때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양측 모두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리 총리는 “메이 총리의 방문이 중영관계 황금시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고, 메이 총리도 “무역을 포함해 양국관계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양측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전 이행에 의기투합한 것도 국제무대에서 서로의 위상을 높여주고 협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수사로 볼 수 있다.
메이 총리가 BPㆍ재규어랜드로버ㆍ위타드(Whittards) 등 주요 영국 기업 대표 50여명과 방중한다고 밝혔을 때 심드렁했던 중국 매체들의 보도 태도도 달라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메이 총리의 동선을 상세히 전하면서 “메이 총리의 방중은 브렉시트가 양국관계에 어떠한 저해 요인도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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