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훈련 받은 정규 경찰 250명
학대ㆍ감금 등 담당... 동물 통제도
“동물 학대, 가정 폭력 등과 연관”
노르웨이는 강경 대응 원칙으로
“잭 러셀이 3층 발코니에 갇혀 있어요.”
눈보라가 몰아치던 지난해 12월 어느 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마을. 에릭 스미트 경사는 다급히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개 짖는 소리가 온 마을을 뒤흔들고 있던 때였다. 현장에 달려간 그는 대형 크레인이 달린 22톤 소방트럭을 지원받아, 30분만에 추위에 떨고 있는 개 ‘잭 러셀’을 구조했다. 잭의 주인은 관리 소홀로 벌금 150유로를 물어야 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활약상을 소개한 네덜란드 ‘동물경찰대’ 얘기다.
NYT에 따르면 네덜란드 동물경찰은 학대, 감금, 사고 등 위기에 빠진 동물 사건만 담당한다. 구조업무뿐 아니라, 거리를 활보하는 공격적 성향의 개를 통제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2010년 극우정당인 자유당(PVV) 주도로 정규 경찰 산하 800명 규모로 만들어졌다. 한때 불어 닥친 폐지론도 이겨내고, 지금은 250명 정도가 활동 중이다. 정규 경찰들 가운데 특별훈련을 거친 이들이 배치되며, 총기와 수갑, 배지 등도 소지하고 있다.
동물 사랑이 각별한 네덜란드에선 ‘동물 권리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정당이 의회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동물을 위한 당(PvdDㆍ이하 동물당)’이 상원 2석, 하원 5석을 확보했다. 다당제인 네덜란드에선 꽤 큰 정치세력이다. 마리안 티엠 당 대표는 “우리 사회는 동물경찰이 필요하다. 동물 학대는 곧 인간에 대한 폭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은 곧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서방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전위적인 네덜란드를 본받아 다른 나라도 ‘동물 경찰’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2015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현재 확대 시행에 들어간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농림식품부가 주무부처를 맡고 법무공안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동물대상 범죄에 대한 관행적 제재를 넘어 정식 사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동물 범죄에 대해서도 사람 대상 범죄와 마찬가지로 기소를 목표로 하는 ‘강경 대응’이 원칙이다. 동물경찰 출범을 주도한 쉴비 리스테우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동물학대는 무고한 생명을 해친다는 점에서 가정 폭력이나 연인폭력과도 연관된다”며 “동물 경찰은 인간 대한 폭력과 학대를 예방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콩에도 경찰조직 내부에 동물감시ㆍ관찰 제도(AWS)가 존재한다. 동물학대방지협회나 수의사협회 등 다양한 외부기관과 협력해 운영된다. 해당 팀에 소속된 경찰은 동물 학대 사건을 다룰 만한 전문적 조사 능력을 갖추도록 특별 훈련도 받는다. 동물 대상 잔혹행위가 적발되면 담당 경찰이 즉시 파견돼 조사한다. 유죄 판결 땐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20만 홍콩달러(한화 2,700여만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홍콩 경찰 당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동물 학대 범죄는 유형과 관계 없이 관대히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한쪽에서 노인의 처지가 약화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애완 대상으로 여겨지던 동물들의 지위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권민지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