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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학군 문턱 낮춰 쏠림해소? 타학군 선택은 7%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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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학군 문턱 낮춰 쏠림해소? 타학군 선택은 7%뿐

입력
2018.02.01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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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 무관한 일반고 배정 비율

20%→ 최대 40% 확대방안 검토

강남학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

초등ㆍ중학생 때 일찌감치 전입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수능 기원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이 자녀들의 학업성취 등을 기원하는 축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수능 기원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이 자녀들의 학업성취 등을 기원하는 축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ㆍ외국어고(외고) 폐지 정책이 몰고 올 부작용으로 지목되는 건 ‘강남 8학군(강남ㆍ서초구)’의 재부상이다. 가까스로 전국 각지의 자사고ㆍ외고에 일부 분산시켜 놓았던 인재들이 다시 8학군 일반고로 쏠리게 될 거라는 우려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는 8학군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육당국 역시 강남 8학군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그 대안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 학군 조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8학군 학교에 다른 지역 학생들이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배정 체계를 조정하면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선지원 후추첨) 체계 내에서 학생들을 1단계 단일학군(서울 전역) 20%, 2단계 일반학군(인근 학교) 40%, 3단계 통합학군(인근 학교 및 인접 학군) 40% 비율로 배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단계 배정 비율을 20%에서 30~40%까지 늘리는 방식으로 강남 학군 문턱을 낮춰 굳이 강남으로 이사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이 지역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조 교육감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회의감이 현장에선 팽배하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학년도 일반고 배정 당시 자신이 속한 학군 외 다른 학군을 선택한 학생은 11개 학군 내 총 3,954명으로, 전체 학생(5만7,129명)의 6.9%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배정 기준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강남 등으로 진입을 할 기회가 열려 있음에도, 그 기회를 활용하려는 학생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이다.

이는 강남 학교 진학을 염두에 둔 학부모들은 대체로 고교 진학 전 8학군으로 이사를 마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서울시내 각 구의 연령별 이동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ㆍ서초구의 순이동(전입-전출) 인구는 만 7~12세(초등생 연령)에서 1,321명에 달했고 만 13~15세(중등생 연령)에선 78명으로 줄다가 만 16~18세(고교생 연령)에는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아지며 마이너스(793명)로 돌아섰다. 대체로 초등학생 때, 늦어도 중학생 때 8학군에 진입하는 것으로, 이런 추세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상위권 쏠려 지역간 학력차 심화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과도 모순

강남 인근지역만 혜택 지적도

이를 감안하면 서울 전역 배정 비율을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리더라도 비(非)강남 학군에 머물면서 8학군으로의 진학을 택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관악구의 중2 학부모 정모(46)씨는 “강남 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으려고 고교 진학 전에 일찌감치 이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 비율 조정이 효과를 내더라도 강남과 비강남 학교 간 격차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학교에서 내신 등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성적 경쟁력이 있는 상위권 학생들만 8학군으로 쏠리면서 지역 간 학력 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중학교 교사 김모(55)씨는 “학교에서 내신 성적이 최소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학생들이 특목고나 강남 전학을 고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교 선택에서 ‘통학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8학군 인근 지역 학생들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학기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은평구의 김모(40)씨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된다고 은평구에 살면서 아이를 1시간이 넘는 통학거리의 강남 학교에 가라고 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권화된 강남 학군 혜택을 더 많은 타지역 학생들에게 누리도록 하겠다는 배정 비율 조정책은 강남 8학군을 해체하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당국의 기본 취지와도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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