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매도 두려워 아직까지 침묵”
“법조인이면서 대응 못한 것 후회”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험담 봇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부 성폭력 사건 폭로 이후 법조계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현직 법조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글이 수 십 건 쏟아지는 가운데 법조인 단체에서도 서 검사 지지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31일 로스쿨 출신 변호사 커뮤니티에는 서 검사 언론 인터뷰에 관한 게시글에 댓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단순한 공감을 넘어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글이 다수였다. 한 이용자(닉네임 중수XX)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만 그 놈의 꽃뱀 소리 들을 것을 생각하니 용기가 나지 않아 침묵하고 있다”며 “용기를 낸 서 검사님의 가해자에게 정의가 구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닉네임 재XX)는 “서 검사님 같은 분들 보면 저도 소위 미투 운동에 동참해야지 싶다가도 그 뒤에 들을 소리들이 너무 뻔해서 엄두도 못 내게 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험담을 들은 사례도 있었다. 한 이용자(닉네임 부장XX)는 “로스쿨 시절 유부남 교수가 취업을 빌미로 불러내 목덜미를 쓰다듬고 가슴 옆 팔뚝을 주물렀다”며 “제일 괴로운 건 이 모든 일을 당하고도 지금 법조인이라는 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닉네임 공익법XX)는 “검사 조직문화 특성상 성범죄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 같은데 얼마나 억울하고 수치스러웠으면 지금이라도 밝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닉네임 속XX)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데려다 준다면서 안으려고 해 하지 말라고 하자 ‘아마추어처럼 왜 이러냐’고 했다”고 털어놨다.
서 검사 사건과 이후 파장을 대하는 법조단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이대 법조인’과 ‘이대 법대ㆍ법학전문대학원 동창회’는 이 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 서 검사를 응원한다”며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 볼 것”이라는 내용의 관련자 엄중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대 출신 법조인 294명이 참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전날 “범죄를 단죄해야 할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 충격이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라는 입장을 냈다. ‘글 쓰는 판사’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주변에서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나부터 침묵하지 않겠다”는 ‘미퍼스트(#Me First)’ 운동을 제안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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