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다이먼 JP 모건 회장과
“비영리의료보험 업체 설립” 선언
헬스케어 기업 주가 일제히 폭락
사회적 가치에 적극적인 CEO
고비용 의료시스템 개혁에 주목
‘헬스케어 산업에 드리운 아마존닷컴 그림자에 섬뜩해진 헬스케어 기업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헬스케어 주가 하락 소식을 전하며 이 같이 표현했다. 치솟는 미국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은행 회장이 비영리 공동 의료보험업체 설립 뜻을 밝힌 데 따른 ‘아마존 효과’의 즉각적 시장 반응을 묘사한 것이다. 이날 미국의 대표적 민영보험 ‘CVS 헬스’는 주가가 4.1% 내렸고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는 5.2% 떨어졌다. 유나이티드헬스와 앤섬도 각각 4.4%와 5.3% 떨어졌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한국과 달리 혁신적 경영자가 시장원리에 따라 사회와 제도개선을 이끌어가는 미국 특유의 ‘자본주의발 사회 혁신’이 베조스, 버핏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베조스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부를 쌓고, 그 부를 토대로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경쟁원리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책과 음반, 비디오에서 시작해 모든 물건을 판매하는 아마존 제국을 구축한 뒤 인쇄매체(워싱턴포스트)를 지원한 데 이어, 기존 거대보험사의 독과점 횡포를 꺾을 혁신적 건강보험 회사 설립에 나선 것이다.
미국 건강보험업계 혁신에 도전한 베조스의 무기는 이번에도 경쟁과 효율이다. 비영리 카이저 패밀리 재단에 따르면 미국 시민의 의료비 부담은 지난 60년 간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인이 병원에 지불한 규모가 1960년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서 2016년에는 1조1,000억달러(약 1,174조2,500억원)로 치솟았다. 같은 시기 처방약 시장 규모도 27억달러(약 2조8,800억원)에서 3,290억달러(약 351조400억원)로 커졌다.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 세 회사가 세우는 건강보험 회사는 우선 자사 직원들을 지원하지만, 이들의 서비스가 폭넓게 활용되면 기존 보험회사가 잇따라 보험수가를 낮출 것이라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 혹은 한국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보험료를 낮추는 것과 달리, 시장원리로 같은 효과를 유도하는 셈이다.
베조스의 사회혁신 시도는 2013년 워싱턴포스트 인수를 통해 그 성과를 검증 받았다. 그가 인수한 후 140년 역사의 매체 워싱턴포스트는 3년 만에 웹사이트 순방문자 수 미국에서만 1억명을 기록하는 등 디지털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베조스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우주여행 분야에서도 혁신을 시도 중이다. 2000년에 비공개로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을 창업했고, 지난해에는 약 10억 달러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블루 오리진의 자본력을 강화했다. 이 회사는 로켓 재사용 등의 혁신으로 민간인의 우주여행을 실현시키는 게 목표다.
미국 경영인의 사회혁신 시도는 베조스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베조스와 손잡은 버핏과 JP모건의 다이먼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다. 버핏은 예전부터 미국 일각의 상속세 폐지 운동에 반대하는 한편, 막대한 자신의 재산 전부를 사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론 차터르지 듀크대 교수는 “미국의 입법 체계는 법안의 폐지나 새 법안 통과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도록 설계돼 있는 데다 최근에는 정치적 당파와 담론이 극단화되고 있다”며 “오히려 주주 가치 극대화 이상의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CEO들이 경제력을 발판 삼아 다양한 사회 문제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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