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다수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갖고 있는 습관이 있다. 바로 경기 후 상의 지퍼를 내리는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이승훈(30ㆍ대한항공)과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도 이런 습관이 있다. 전력 질주를 한 뒤 몸에서 나는 열을 식히려 지퍼를 여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사실은 가쁜 숨을 쉬기 위해서다.
이런 행동은 경기복의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 선수단의 경기복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아울러 허리를 굽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ㄱ’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선수들은 경기 후 상체를 꼿꼿이 펴면서 숨을 제대로 쉬기 위해 지퍼를 내리는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복에는 또 다른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경기복 표면은 공기 저항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작은 돌기로 돼 있다. 골프공 표면에 작은 홈을 촘촘하게 만들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원리다. 스케이트 날에 선수가 다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수 보호를 위해 방탄 소재를 쓰기도 한다.
‘빙속 강국’인 네덜란드는 경기복에 정보통신기술(IT)을 입혔다. ‘스마트 슈트’라고 불리는 경기복에는 허리와 양쪽 허벅지, 발목 부위에 센서가 달려 있다. 센서는 선수의 자세, 속도,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 데이터는 코치의 스마트폰에 전달된다. 첨단 IT 기술을 통해 선수의 기량 향상을 이끌어내는 셈이다.
쇼트트랙시 끼는 장갑도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을 준다. 쇼트트랙 경주로 112.12m 중 48%인 53.81m는 곡선 구간이다. 대개 여기서 추월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선수들은 원심력 극복을 위해 빙판을 왼손으로 짚고 몸을 최대한 안쪽으로 기울이는 데 이 과정에서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빙판에 손을 짚는다. 장갑 손가락 끝 부위에 방수제의 일종이자 마찰력을 줄이는 에폭시 수지가 발라져 있는 이유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조해리(32) SBS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쇼트트랙은 공기 저항과 관련 있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몸에 완전히 밀착된 경기복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대회 전에는 경기복에 충분히 적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장갑을 두고는 “곡선 주로에서 속도가 나게 마련인데 장갑의 손가락 끝 부분에 미끄러지게 하는 에폭시 수지 등 소재가 덧대 있다. 때문에 손을 바닥에 댈 때 마찰력이 줄어들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아이스하키도 경기복이 중요한 종목이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시속 150㎞에 달하는 속도의 퍽이 오간다. 선수들은 20㎏에 달하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나서기 때문에 내구성이 있으면서도 가벼운 경기복이 필요하다. 아이스하키 경기복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 탄소 소재와 스펀지 재질로 구성돼 있다.
봅슬레이 경기복에는 ‘파워웹’이라는 밴드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몸을 감싸 근육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스켈레톤 경기복은 얼음 조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재질로 제작됐으며 근육 떨림을 잡아 주는 기능도 장착됐다.
컬링화는 한쪽 바닥이 미끄러운 테플론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다른 쪽 바닥은 미끄럼을 방지하는 고무 재질로 돼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투구하거나 이동할 때 조절해서 활용하곤 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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