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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한 빅터 차… 백악관 대북 초강경 기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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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한 빅터 차… 백악관 대북 초강경 기류 반영

입력
2018.01.31 17: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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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 대사 내정 후 이례적 철회

WP “北 제한적 타격 ‘코피전략’ 이견 탓”

차 “비핵화 대화로 이끌 전략 못돼”

청와대, 입장 표명 자제 속 당혹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연합뉴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연합뉴스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백악관 최종 검증과정에서 낙마한 것으로 30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제한적 대북 타격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 전략’을 놓고 백악관 핵심 참모들과 이견을 드려냈기 때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 집단에서 ‘대북 매파’로 통하는 차 석좌마저 낙마할 정도로 백악관의 대북 군사옵션 검토 수위가 높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한국 정부의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말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개인적인 이견을 표명한 뒤 더는 지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차 석좌 낙마를 전했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도 “백악관이 다른 후보자를 물색 중이다. 가능한 빨리 적절한 후보자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그레망’(임명동의)까지 받은 상태에서 주한 미국 대사 지명을 철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WP는 “차 석좌가 ‘코피 전략’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위협하는 데 대해 반대했다”며 정책적 이견에 따른 낙마로 해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도 소식통을 인용해 “빅터 차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로부터 한국에서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도울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군사 타격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차 석좌도 이날 낙마 사실이 알려지자, WP 기고문을 통해 백악관과의 이견을 드러냈다. 그는 기고에서 “미 정부 일부 인사들이 ‘코피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답이 아니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자신의 낙마가 코피 전략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코피 전략’의 무모함도 강조했다. “일부 인사들은 군사 타격이 평양을 충격으로 몰아 넣고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나오게 할 거란 희망을 품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나도 북한 보복에도 불구, 미국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를 희망하지만 희망은 논리에 굴복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사람들은 ‘여기’ 보다 ‘거기’서 사람들이 죽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차 석좌 낙마가 알려지자 워싱턴 씽크탱크 인사들은 “차 석좌가 이미 충분한 매파인데, 백악관이 그 보다 더 강경한 매파를 찾고 있다”며 “극히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타국 대사의 내정 철회를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그레망을 승인한 이후에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이상 기류는 감지됐지만, 내정 철회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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