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도핑검사에 사용될 소변ㆍ혈액 샘플병의 결함 가능성이 제기돼 ‘도핑 클린 올림픽’ 목표에 노란불이 켜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올림픽에서 사용될 샘플병의 결함 가능성을 매우 우려한다”며 “평창 도핑검사가 확실한 신뢰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IOC는 “WADA가 선수용 소변검사 키트 제조업체 베를링거사와 접촉 중이며 곧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WADA는 지난 19일 독일 쾰른에 위치한 공인 실험실로부터 “샘플병이 얼어있는 상태에서 수동 개봉에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도핑검사 시료를 담는 샘플병은 한 번 잠기면 WADA가 가진 특수 기구로만 열 수 있어야 정상이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비상이 걸린 WADA는 부랴부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베를링거사는 독일 실험실과 같은 조건에서 검사를 마친 뒤 “사용법에 따라 병을 잠그면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WADA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샘플병은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계기로 2017년 9월 교체한 새 모델이다.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도핑에 가담한 러시아 관계자들은 특수 기구 없이 병을 열고 소변샘플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바꾼 샘플병도 시료 보안에 취약한 셈이 돼, 약물 없는 올림픽으로의 명예회복을 노리는 IOC 계획에 구멍이 뚫린다.
스웨덴 스포츠연맹이 실시한 실험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는 등 논란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연맹 관계자는 “자체 실험 결과 샘플병이 언 상태에서 열렸고 조작 흔적도 남지 않았다”며 “우리 연맹 반도핑 부서는 이 병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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