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 장벽’ 깨져 따뜻한 공기는 북으로, 찬 공기는 남으로
한국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등 북반구 중위도 대부분의 지역이 1월 내내 간헐적인 이상 저온에 시달렸다. 그런데 정작 북극해에 더 가까운 시베리아에서는 온도가 영상 3도까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영토 최동단에 있는 추코트카 자치구의 작은 마을 오몰론의 최고기온이 섭씨 영상 3도를 기록했다며 “역사상 이 지역에서 1월에 관측된 최고 온도”라고 전했다. 불과 2주 전 기온이 영하 54도까지 떨어져 ‘눈썹이 얼어붙는 날씨’란 말까지 나왔던 사하 자치공화국의 오이먀콘도 이날은 최고온도가 영하 8도까지 올라갔다.
‘따뜻한 남쪽 나라’ 기후까지는 아니더라도, 혹한으로 유명한 시베리아 기후가 같은 시기 한국 기온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이날 북극권 전체 평균기온은 예년에 비해 3.3도 높았고, 특히 압도적인 이상고온이 나타난 극동시베리아 기후는 예년 평균기온에 비해 20~30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년 들어 겨울철 북극권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의 한 단면이다. 원인으로는 제트기류의 지나친 변동으로 고위도와 중위도 사이 공기의 장벽이 깨졌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럿거스대 기후연구소의 제니퍼 프랜시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에 북극권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동서로 흐르지 못하고 남북을 빈번하게 오가면서 따뜻한 공기가 북극권으로 올라가 기온이 급등하고 찬 공기는 중위도로 내려와 한반도 등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역시 2월 북미 지역에 다시 한파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뉴욕시 일대의 기후 예보를 제공하는 기업 뉴욕메트로웨더의 존 호미누크 대표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전지구앙상블예측시스템(GEFS) 자료를 인용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일대에서 발생한 고온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2월 내내 북미 전역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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