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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 서울청 조사4국 힘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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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 서울청 조사4국 힘 뺀다

입력
2018.01.31 16:5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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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 운영방안 확정

200명 규모 인력 축소하고

납세자보호위 100% 외부인원으로

4국 견제 기능은 대폭 강화키로

태광 등 미운털 박힌 기업들

표적조사 의혹 끊임없이 제기

사실상 폐지 방안 논의되기도

한승희 국세청장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승희 국세청장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인력과 기능이 축소된다.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라 불리며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사4국을 개혁, 세무행정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국세청은 31일 한승희 국세청장 주재로 2018년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했다. 국세청은 현재 200명 수준인 조사4국의 인력을 축소하기로 했다. 심욱기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정확히 몇 명을 축소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4국이 전담하는 비정기(특별) 세무조사가 전체 세무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 4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부당한 세무조사를 심의해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사실상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 조사4국에 대한 견제ㆍ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외부 고위 공무원들이 특별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외압을 금지ㆍ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사4국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하명(下命)을 받는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각료급 고위 공무원이 국세청 공무원에게 세무조사 실시 또는 중지를 요청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달러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미국 등의 사례가 검토 대상이다.

이 같은 개혁안은 국세청이 외부 위원을 중심으로 구성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됐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줄곧 “정치적 목적의 국세청 세무조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TF에 조사4국 개혁을 비롯한 세무조사의 중립성ㆍ공정성 제고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폐지까지 거론된 끝에 조사4국 개혁안은 ‘조직 유지, 인력 감축, 제도적 외압 차단’의 방향으로 마련됐다. TF 단장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조사4국을 ‘조세범칙조사국’으로 전환해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며 “다만 이는 관련 법령ㆍ제도 등을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세무비리를 전담하는 조사4국의 고유 기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대기업 탈루 등이 만연한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그 분야에 특화된 전문조직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그간 국세청의 ‘중앙수사부’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국세청장 지휘를 받아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면서, 현대차ㆍ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 대부분을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특별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4, 5년에 한번 실시)와 달리, 특정 기업이나 인물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때 실시된다.

하지만 조사4국이 정권에 밉보인 기업에 표적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권의 권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다. 조사4국은 2008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인 같은 해 11월 검찰에 태광실업을 고발했다. 이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시작됐고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조사4국은 효성ㆍ롯데ㆍCJ E&M 등 정권에 ‘미운털’ 박힌 기업을 표적 조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 조사4국은 ‘친 MB(이명박) 기업’으로 분류되던 롯데그룹에 150명 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 이듬해 2월까지 대대적 세무조사를 진행한 뒤 추징금 600억원을 부과했다. 매출 10조원 규모의 회사를 1년에 걸쳐 파헤친 것치고는 보잘것없는 성과여서 전 정권에 대한 보복성 조사였다는 뒷말이 나왔다. 2013년 9월에는 CJ E&M이 특별 세무조사 대상이 됐는데, 이 또한 이미경 당시 CJ그룹 부회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압력과 맞물려 진행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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