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이 최근 주교 임명권 절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951년 교황청의 대만 정부 승인으로 외교관계가 단절된 양측 간 수교가 67년만에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베이징(北京) 외교가와 종교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종교사무국과 바티칸 교황청은 지난해 말 수교 협상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교 서품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 모델’을 적용키로 잠정 합의했다. 중국 정부 통제를 받는 천주교애국회의 모든 교회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인정하지 않는 지하교회 주교들도 참여하는 중국 주교단을 구성하고, 여기에서 복수의 주교 후보를 추천하면 교황이 중국 정부와의 비공식 협의를 거쳐 서품하는 방식이다.
이는 독자적으로 주교를 선임해온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교황의 주교 서품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서고 교황청 역시 종교에 대한 국가 통제를 제도화한 중국 체제를 존중키로 한 절충안이다. 중국은 그간 교황청 간섭 없이 가톨릭 성직자를 독자적으로 임명한다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왔고, 교황청은 이에 대해선 파문 카드를 꺼내 들면서 비밀리에 주교를 서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중국 정부 내에선 이번 잠정합의안 수용이 사실상 확정됐고 교황청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종 재가만을 남겨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수교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많다. 중국이 외교관계 수립의 전제로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이다. 대만의 남은 20개 수교국 중 상당수는 가톨릭을 믿는 중남미 국가들이다. 중국과의 수교 협상을 굴욕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교황청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문제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원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앞서 일부 외신은 교황청이 최근 직접 임명했던 중국 주교 2명에게 그 동안 관할하던 교구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천주교애국회 소속 주교들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홍콩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교황청이 가톨릭 교회를 중국에 팔아 넘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사실 주교 임명권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바티칸 교황청이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은 진작부터 예상돼 왔다”면서 “공식적인 수교 과정에 적용될 하나의 중국 원칙이 크게는 미ㆍ중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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