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가짜 가상화폐를 만들어 국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1,50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조직 총책이 현지에서 붙잡혀 국내로 압송됐다. 이 총책은 10여년 전, 국내에서 3,200억원대 통신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뒤 해외로 도피한 전과 5범이었다.
경찰청은 가상화폐 금융사기 총책인 도피 사범 마모(4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거, 국내로 송환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마씨는 2015년 10월부터 1년간 공범 30명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에 가상화폐 온라인 거래소를 차린 뒤, 시중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가짜 가상화폐인 ‘헷지 비트코인’을 만들어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서울 강남 등에 투자센터 22개소를 개설, ‘6개월 만에 원금의 2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투자자들을 꼬드긴 것이다. 특히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한다”는 등의 금융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자를 늘렸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3만5,974명, 피해액은 1,552억원에 이른다.
공범 30명 가운데 28명은 이미 검거됐으며(6명 구속)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공범 2명에 대해서는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앞서 마씨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에서 3,200억원대 통신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뒤, 2006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을 위조,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밀항했다.
마씨 소재를 추적하던 경찰은 지난해 3월 마씨가 마닐라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팀을 현지에 급파하고 현지 경찰 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경찰청에서 파견한 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 현지 이민청 직원 등과 공조해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씨가 무장 경호원을 대동하는 점을 감안해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총기 소유자가 입장할 수 없는 대형 호텔에 들어가는 순간, 마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마씨는 가상화폐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로 호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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