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판사’ 문유석(49ㆍ사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미 퍼스트(#MeFirst)’ 운동을 제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운동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내 주변에서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나부터 침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문 판사는 30일 페이스북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실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증언을 거론하며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분노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며 “가해자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 이런 짓을 끝내려면 피해자 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썼다.
문 판사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가혹할 만큼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가해자들이 의식적으로 조심한다는 것이다. 문 판사는 “단언컨대 우리 사회가 성희롱, 성추행에 대해 가혹할 만큼 불이익을 주는 사회라면 이들은 폭탄주 100잔을 먹어도 콜린 퍼스(영국 배우)보다 신사적인 척 할 것”이라며 “(성폭력 가해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문 판사는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 퍼스트(Me first)’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하며 제지한다면 이런 일(성폭력)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한 마디”라고 강조했다.
문 판사는 “나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며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 시키겠다. 그래서 21세기 대한민국이 침팬지 무리보다 조금은 낫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문 판사의 글은 31일 오전을 기준으로 2,7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고 400회 이상 공유됐다. 문 판사는 소설 ‘미스 함무라비(2016)’, 에세이 ‘판사유감(2014)’ 등을 쓴 작가이자 현직 법조인으로 지난해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란 칼럼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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