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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바라지 않는다고? 2030세대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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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바라지 않는다고? 2030세대는 억울하다

입력
2018.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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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화 통일硏 부연구위원, 의식 심층 분석

“솔직할 뿐… 단일팀 반대는 경험差서 비롯”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생일을 맞이한 북측 선수들을 함께 축하해주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생일을 맞이한 북측 선수들을 함께 축하해주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20, 30대가 기성 세대보다 통일을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비판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솔직할 뿐 실제 인식은 40대 이상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평화협력연구실 부연구위원은 30일 펴낸 ‘20~30대 통일의식에 대한 변명’ 제하 현안 분석 보고서에서 “현재 20, 30대의 통일인식에 대한 (기성 세대의) 비판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 단일팀에 대한 20, 30대의 부정적 태도가 이들의 통일의식에 기인한다는 분석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들의 통일의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다. 통일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박 부연구위원이 제시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20, 30대가 통일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공개적으로 표현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의무감으로부터 다른 세대보다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통일을 긍정적으로 말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이 학습된 기성 세대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표출되지 않도록 자기 검열을 하기 십상이고, 그래서 차이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질문이 바뀔 경우 세대 간 통일의식 차이가 극적으로 감소한다. 그는 “‘통일의 필요성’을 ‘개인을 희생하는 통일이 필요하냐’는 식으로 구체화해 물었더니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감소했고, 세대 간 차이 역시 별 의미가 없어졌다”며 “개인적 희생이 없는 통일,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통일을 원하는 기성 세대의 통일의식이 도리어 위선적임을 드러내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2017 남북통합에 대한 국민의식조사’(통일연구원 발간) 결과를 인용해서다.

20, 30대가 떠올리는 통일의 이미지가 40대 이상과 다르고, 그 이미지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연결됐을 개연성도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평화적이지 않은 통일을 생각하는 비율이 20대가 가장 높았다”며 “연령이 적을수록 급격하고 돌발적인, 비(非)평화적인 통일을 연상하고 거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 30대의 민족 동질성 인식이 유독 약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국민의식조사 결과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임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비율은 20대 6.3%, 30대 5.6%, 40대 3.4%, 50대 5.6%, 60대 이상 2.5%였다. 20, 30대의 민족 동질성 인식이 의외로 매우 높은 편인 데다 세대 간 차이도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같은 민족이라는 명분이 통일의 유일무이한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20, 30대의 생각이라고 박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러면 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20, 30대가 특히 반감을 드러냈을까. ‘디폴트 옵션’의 세대 간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게 박 부연구위원의 추론이다. 디폴트 옵션은 특별한 설명이나 지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기본적 옵션이다. 그는 “기성 세대의 경우 남북 단일팀, 남북 공동 입장 및 공동 응원이 디폴트 옵션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큰 반면 20, 30대는 한국ㆍ북한의 개별 참가가 디폴트 옵션”이라며 “디폴트 옵션의 차이는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낙인은 통일에 대한 20, 30대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박 부연구위원은 “20, 30대의 통일인식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오히려 2030세대로 하여금 스스로 통일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틀렸다고 훈계하는 대신 다름을 인정하는 게 20, 30대의 통일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더 이로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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