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연초가 되면 시상식 등 각종 연예계 행사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방송이나 언론 등으로 사람들은 레드 카펫 이벤트를 접하게 된다. 올해는 동계올림픽이 곧 열리기 때문에 관련된 각종 행사 등 이벤트도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이런 시기에 매년 말이 나오지만 별로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 중 하나가 한파 속에서 얇은 드레스나 짧은 치마를 입고 등장해야 하는 여성 연예인의 문제다. 1월 들어서 체감 온도가 영하 20℃로 내려갈 정도로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맨 살이 추위에 노출되면 동상의 위험도 있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우선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한데 그런 이미지 형성에 의상은 큰 역할을 한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공고화 하거나 혹은 식상해진 이미지를 탈피하거나 하는 등의 의도와 전략이 들어가고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상식이나 행사 등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연예인을 초대한 주최측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들이 무슨 옷이든 원하는 걸 입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 주는 것이다. 매년 그러했듯 날씨는 추울 것이고 드레스에 높은 힐을 신은 사람들이 잔뜩 등장할 걸 명백히 예상할 수 있는데 야외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움직이기 불편한 높은 계단과 단상을 계속 설치하는 건 그저 준비의 무성의함으로 보인다.
올림픽 같은 국가적 행사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리고 그런 이벤트에 아이돌 가수를 초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1월이고 게다가 한파 속이라면 당연히 실내에서 행사를 치러야 한다. 만약 야외에서 할 수 밖에 없다면 주최측이든 소속사든 나서서 강제로라도 겨울에 맞는 옷을 갖춰 입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관객들은 패딩 점퍼를 입고도 추위에 떨고 있는데 초대 가수는 얇은 여름 옷을 입고 공연하는 모습은 너무나 이상한 광경이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레드 카펫 행사라고 해도 남자 연예인들은 보통 수트 차림에 코트를 입는다. 행사의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유독 여성 연예인만 얇은 드레스를 입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걸까. 여성용 겨울 아우터가 세상에 없었나.
이는 여성 연예인의 의상에 대한 현재의 소비 행태에 기인한다. 이런 소비 행태는 많은 부분 언론과 소비의 상호작용에 의해 부추겨진다. 사실 레드 카펫 의상은 노출이나 가격 같은 문제로만 쉽게 기사화된다. 그리고 그런 기사에 크게 반응하는 소비자들과 함께 자리를 넓혀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게 전부가 되었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다음 날 연예 뉴스에 사진이 올라갈지, 그리고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기 마련이고 결국 이 상호작용 속으로 어쩔 수 없이 뛰어든다.
예컨대 살이 쪘다고 혹은 너무 말랐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고 저 몸에 저런 걸 입었냐 같은 섣부른 판단을 내놓는 데에는 모두 표준에 대한 강요가 자리 잡고 있다. 종종 외국의 레드 카펫 행사에 드레스 대신 팬츠 수트나 플랫 슈즈를 신은 여성 연예인이 나오는 건 드레스와 힐을 배격하는 게 아니라 뭐든 원하는 걸 자유롭게 입을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생각을 환기하려는 메시지다.
다들 체질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건강을 유지하기 적합한 몸의 상태도 다르다. 옷에 대한 취향도 다르고, 옷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도 다르다. 모두 존중 받아야 하는 각자의 삶이다. 내가 필요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나갔는데 옆에서 오지랖을 떨며 사정도 모르면서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연예인도 마찬가지일 거다.
패션이란 결국 옷으로 자신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는 일이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들의 다른 태도와 다른 방식을 보며 보이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야만 자신의 방식도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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