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경력 쌓인 검사 잘 안 가는 곳”
성추행 가해자 지목된 안前검사장
인사 발령 당시 검찰국장 맡아
일각선 “수도권서 오래 근무해 보내”
법무부 “인사 과정ㆍ성추행 등
철저히 진상 조사해 엄정 처리”
8년 전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45ㆍ사법연수원 33기) 검사에게 법무부가 실제로 불이익을 줬는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 검사 주장처럼 성추행 사과를 요구했다가 당사자나 조직에 찍혀 좌천된 것이라면 피해자에게 벌을 준 격이어서 검찰 조직에 미칠 파장이 크다.
30일 전ㆍ현직 검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서 검사의 연차 등을 감안해 발령지가 이례적이란 평가는 동료 검사 사이에서 나온다. 서 검사는 2015년 8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현재 그가 속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당시 그는 검사 12년차였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은 검사 인사와 예산 책임자인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수도권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30일 “부치지청(차장검사 없이 부장검사가 지청장을 맡는 곳)인 통영지청은 ‘2학년(두 번째 임지로 가는) 검사’들이 많이 지원하는 곳”이라며 “근무 경력이 꽤 쌓인 검사가 선호하지 않는 곳은 맞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도 “서 검사 정도 연차라면 남들 보기에 체면을 구기는 면은 있다”고 말했다. 서 검사가 근무 희망지도, 연고지도 아닌 통영지청에 부임하게 한 인사 자체가 “본인에게는 참 답답했을 것”이라는 게 지방근무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대체로 전하는 얘기다. 서울에서 가까워 선호도가 높은 여주지청에 있다가 통영지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당사자 입장에선 인사 불이익으로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 출신의 한 검사는 “통영지청은 검사 수가 꽤 돼 중심을 잡아줄 ‘경력검사’(근무지 3곳 이상 거친 검사)가 필요하다”며 “마땅한 적임자는 없고, 누군가는 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인사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올린 글과 방송에서 “2014년 4월 사무감사(정기적인 검사 업무처리 감사)에서 수십 건을 지적 받았는데, 틀린 지적도 많았다”며 “그걸 이유로 당시 검찰총장 경고까지 받았으며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발령(통영지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사는 다면적 요소로 평가돼 근무지만 기준으로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반응도 많았다. 인사 업무경험이 있는 검찰 중견간부는 “인사는 당사자도 모르는 복무평가와 상사들 평가는 물론 과거 징계ㆍ감찰 전력 등을 모두 고려해 이뤄지므로 특정 사안만이 그 배경이라고 짚는 건 무리한 예단일 수 있다”고 전했다.
논란의 2015년 8월 인사와 관련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당시 통영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했고, 서울북부지검과 여주지청 등 수도권에만 오래 있었던 서 검사를 보내기로 결정 난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여주지청 재직 당시 상사들과 검찰 직원들로부터 복무평가가 좋지만은 않았다”며 “다만 그 평가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측면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검사가 여주지청에 근무할 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지청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서 검사가 여주지청에 4년 6개월(2011년 2월~2015년 8월) 동안 근무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서 검사가 그 기간 육아휴직과 프랑스 유학을 했기 때문에 특이한 건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서 검사는 이후 현재까지 통영지청에서 2년 6개월 동안 근무했지만, 여기서도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기 때문에 올 2월 정기인사 대상자는 아니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날 “2015년 8월 당시 서 검사의 인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살펴보겠다”며 “대검에 서 검사가 제기한 성추행 부분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서 그 결과에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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