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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밴쿠버 2관왕 만들어 준 선배의 한마디

입력
2018.01.31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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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연합뉴스
이정수.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쇼트트랙은 하계올림픽의 양궁에 비견되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종목이다. 하지만 8년 전 내 경험을 떠올려 보면 아마 지금도 선수들은 올림픽 분위기를 그다지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2010년 2월이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는 영광의 땅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기 직전 스케이트 장비를 새로 구할 것도 있고 해서 정신 없이 보내느라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이 없었다. 나도 첫 올림픽이라 그랬는지 연습할 때까지도 별 느낌은 없었다. 그 때 대표팀의 장비를 관리해주던 형이 긴장하지 말라며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줬는데도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대회 당일 경기장에 들어서 꽉 찬 관중석을 보니 갑자기 정신을 못차리겠고 긴장감이 몰려 왔다.

그 순간 내가 한 귀로 흘린 줄 알았던 그 형의 말이 떠올랐다. “(이)정수야, 스타트 라인에 서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관중석 가까운 곳부터 경기장 끝까지 찬찬히 훑어 봐.”

그렇게 해 보니 시야가 넓어지면서 가슴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 매 경기 그런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부담감을 떨친 끝에 나는 2관왕이라는 훈장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스케이트 날도 갈아주며 헌신한 그 형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오세종 형이다. 밴쿠버 때 장비 관리사로 변신했다가 2년 전 서른 네 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보다 먼저 올림픽과 금메달을 경험해 본 형의 한 마디가 없었으면 이정수도, 2관왕도 없었을 것이다.

평창 무대에 설 후배들 역시 누가 어떤 말을 해 줘도 아직은 잘 모를 테지만 체력 관리는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1~4차 대회까지 전력분석을 빈틈없이 했을 테지만 워낙 변수가 많고, 당일 컨디션이 크게 좌우되는 종목이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홈에서 치르는 올림픽은 단점 보단 장점이 더 크다. 우선 시차가 없고 음식이 입에 안 맞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응원은 정말 큰 힘이다. 국민들이 경기장을 메워주고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든든할 것이다.

이번에 처음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많다. 황대헌과 임효준은 예전부터 잘 탔던 선수들인데 부상이 잦아서 빛을 보지 못했었다. 패기와 체력, 순간 스피드는 어린 선수들의 강점이고 심적으로도 나처럼 멋모를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이번에 후배들에게 실력에서 밀려 올림픽에 못 나가게 됐지만 내 몫까지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이정수 전 국가대표ㆍ2010년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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