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간판인 정현(22)은 지난 28일 막을 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기간 카메라를 몰고 다녔다. 세계랭킹 50위권이었던 정현은 이 대회 우승컵을 가져간 로저 페더러(37ㆍ2위)와의 4강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앞서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4위)와 노박 조코비치(31ㆍ14위) 등 톱 랭커들을 차례로 꺾었다. 영국 윔블던, US오픈, 프랑스 오픈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호주오픈 무대였기에 감동은 더했다.
#0.6 이하…교정시력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일궈낸 정현의 테니스 입문은 자신의 신체적인 어려움에서 비롯됐다. 7세 때부터 찾아온 고도근시 때문에 시력 저하를 감수해야만 했는데, 당시 의사로부터 “시력 교정을 위해선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에서 테니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단지 치료를 위해 접하게 된 테니스였지만 정현은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해냈고, 그 결과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키 1m88에 몸무게 87㎏의 건장한 체격인 정현은 지금도 경기 도중 수없이 안경을 벗고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실제 테니스 경기 때도 특수 제작한 안경을 착용 중인 그의 교정시력은 0.6 이하다. 정현은 “안경 없이는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힐 정도다.
#29위…세계 남자프로테니스(ATP) 순위
정현이 이번 호주오픈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탁월했다. 상대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시속 180~190㎞ 안팎의 평균 서브였지만 강한 승부욕으로 공을 주고 받는 스트로크 대결에선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에 힘입어 지난 29일(한국시간) 발표된 ATP 세계 랭킹에서 29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2007년 은퇴한 이형택(42)의 한국선수 역대 최고 순위(36위)도 갈아치웠다. 일각에선 급성장 중인 정현의 기세를 감안할 때 일본 니시코리 게이(29ㆍ27위)가 지난 2015년 세웠던 아시아 선수 최고 랭킹(세계 4위)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만608…트위터 팔로워
정현의 인기도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팬들에게 승리의 소감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트위터 구독자(팔로워)는 개설 5일 만인 30일 오후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첫 트윗은 공개된 직후 ‘마음에 들어요’를 1,500개 이상 받았고 615회 이상 리트윗됐다. 정현은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은 축전 소식을 전하고 “보내주신 응원이 큰 격려가 되었고 책임감도 느끼게 한다”며 “대회기간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많은 관심과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26억원 이상…누적 상금
정현의 수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약 7억5,600만원)과 남자복식 16강(약 2,100만원) 등으로 약 7억7,700만원을 챙겼다. 정현의 누적 상금은 약 26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와 실력을 입증한 정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정현을 후원해 온 삼성증권이 다음 달 말 후원을 종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기업들은 벌써부터 정현을 잡기 위한 치열한 물밑 접촉에 들어간 상태다. 정현은 그 동안 삼성증권으로부터 연간 5억원 규모의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소 2~3배 더 높은 수준에 후임 후원사가 책정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광고업계도 정현을 김연아(피겨스케이팅)와 박태환(수영) 등을 이을 차세대 스포츠스타로 낙점하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20대 초반인 정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은 데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재치 넘치는 말솜씨 등으로 상품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장래성까지 고려하면 정현은 현재 광고업계에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볼 수 있다”며 “부상 치료를 잘 끝내고 다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정현의 몸값은 더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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