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이브 부국장은 전격 사퇴
미 하원이 2016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정권의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직권을 남용, 의도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러시아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는 내용의 기밀 메모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 결정 직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로 낙인 찍고 공개 비난한 앤드루 매케이브 FBI 부국장이 전격 사임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대립이 무분별한 정쟁으로 치달으면서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저녁 FBI가 해외정보감시법(FISA) 규정을 위반하며 권한을 남용한 사례를 정리한 미 의회 차원의 기밀 메모를 공개하기로 했다. 공화당 측이 작성한 3.5매 분량 메모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동향을 감시하던 FBI와 법무부가 직권을 남용해 민주당 쪽에 유리한 자료를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 메모가 공화당에 유리한 내용만 발췌한 것으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메모는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이 비용을 지불한 영국 정보기관원 크리스토퍼 스틸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또 FBI와 스틸의 연루설도 제기하고 있다. 스틸은 당시 트럼프 측 인사와 러시아 고위 인사의 접촉과 관련한 정보보고용 문건을 만들었는데, 공화당은 스틸이 이 문건을 FBI에 제공했고 이 문건 때문에 트럼프 후보의 외교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에게 감시영장이 발부됐다는 주장이다. 페이지는 러시아 스캔들 건으로 뮬러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 메모에 반박하는 10매 분량의 메모 공개도 요구했으나 정보위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를 부결시켰다. 하원 정보위는 이 메모를 백악관 측에 전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내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대통령이 결정을 보류하면 하원은 이를 공개할 수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마녀 사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건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무부와 FBI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문건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한편 하원 결정을 몇 시간 앞두고 매케이브 FBI 부국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이브 부국장의 아내가 2015년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경선에 참여했을 때 민주당 조직과 클린턴 측근으로부터 후원금 50만달러를 받았다며 그를 ‘힐러리 봐주기 수사’의혹의 핵심으로 비난해 왔다. 미 법무부 감사관은 30일 관련 감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에 부담을 느낀 크리스 레이 FBI 국장이 부국장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공화당의 정치적 압력이 과도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퇴는 미국 정보기관에 대한 정치적 숙청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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