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수증기 머금은 공기 차단
서울은 8일째 건조 특보 발령
올해 들어 전국에 연일 건조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은 벌써 8일째 건조특보가 발효됐고, 지난 25일에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건조경보가 내려지기까지 했다. 겨울철에는 건조한 날씨가 잦기는 하지만, 올해는 유독 건조특보가 자주 발효되는 등 ‘메마른 겨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지역 등 동해안을 따라서는 건조경보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전남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건조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후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영서북부 등에 눈이 내렸지만 강수량으로 따지면 2㎜에 못 미치면서 건조한 날씨의 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올해 건조특보 발령 횟수는 기록적이다. 서울의 경우 1월을 기준으로 2016년과 2017년 모두 건조주의보 발령일이 7일씩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벌써 건조경보까지 포함해서 무려 14일에 달한다. 서울은 23일부터 8일 연속 건조특보가 발령된 상태이며, 제주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겨울철에 건조한 날씨가 잦은 건 한랭 건조한 대륙고기압 탓이다. 기온이 낮은 공기는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는 양이 작아지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대기는 건조해진다. 더욱이 동해안의 경우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더 건조해지게 된다.
특히 올해 들어 유독 건조특보 발효일 수가 늘어난 것도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한상은 기상청 기상사무관은 “통상 겨울철에는 서해안과 동중국해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가 남쪽으로부터 유입되는데 올해는 계속 추위가 밀려오다 보니 남쪽 공기가 차단되면서 건조도가 전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조특보와 한파특보가 겹쳐서 발령된 날이 상당수다. 서울의 한파특보는 22일부터 발효돼 30일 낮에서야 해제되는 등 건조특보와 거의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현재 우리나라 쪽에 내려와 있는 찬 공기가 최근 10년과 비교해도 가장 발달해 있다”며 “한기가 원래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서쪽과 동쪽이 모두 춥고 건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