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꽃이 된 헬멧
100㎞ 넘는 썰매ㆍ아이스하키 퍽…
생명 보호 위해 종목별 각양각색
빙속 종목선 매스스타트만 착용
스켈레톤은 화려한 패션 각축장
윤성빈 캐릭터는 ‘아이언맨’
빙상 대표팀은 ‘붉은 호랑이’ 포효

스케이트 날, 날아다니는 퍽, 딱딱한 빙판… 동계올림픽에는 선수들을 다치게 할 ‘위험한 물건’이 많다. 하계올림픽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는 종목도 많아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각종 특수 소재를 활용한 ‘안전 제일’이 가장 큰 원칙이다. 최근에는 기능을 넘어 디자인까지 욕심을 내며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다.
같은 썰매 종목이라도 헬멧 생김새는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두 명 또는 네 명이 강철 썰매를 타고 최고 속도 시속 140~150㎞로 내려오는 봅슬레이의 경우 썰매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을 시 바로 실격 처리가 될 정도다. 누워서 타는 루지의 경우 썰매 자체에 머리를 받치는 장비가 없는 만큼 헬멧 뒤통수 부분이 튀어나와 있다. 진행 방향인 발 아래쪽을 보기 위해 투명 덮개가 턱 끝까지 내려오는 게 다른 종목과 다른 특징이다.

썰매 종목 중 가장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헬멧은 머리를 앞으로 한 채 엎드려서 타는 스켈레톤이다. 턱 보호대 외에는 디자인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만큼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개성을 한껏 살려 도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의 경우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아이언맨’ 캐릭터와 비슷한 헬멧을 착용하고, 캐나다의 존 페어베언(35)은 한 아나운서가 자신의 성 ‘페어베언(Fairbairn)’을 ‘페어브레인(Fairbrain)’으로 발음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뇌(brain) 그림이 그려진 헬멧을 사용한다. 가나의 유일한 평창올림픽 참가자인 아콰시 프림퐁(32)은 맹수에 쫓기는 토끼를 그려 넣어 역경을 딛고 얼음 위에 선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자리싸움을 벌이느라 자주 넘어지는 쇼트트랙 선수들은 바가지 모양 헬멧을 착용한다. 얼음판은 물론 넘어진 뒤 부딪히는 펜스도 딱딱하기 때문에 머리를 부딪히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중에서는 쇼트트랙과 성격이 비슷한 매스스타트만 헬멧 착용이 의무다. 원래는 헬멧에 똑같은 단색 커버를 씌운 채로 경기에 나서야 했으나, 국제빙상연맹(ISU)이 2016~2017 시즌부터 ‘각 선수 취향을 헬멧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트랙 위가 화려해졌다. 지난해 ISU월드컵 당시 중국은 금색 바탕 헬멧에 붉은색 용을 그렸고, 미국은 국가를 대표하는 독수리를 그려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정면을 바라보며 포효하는 붉은 호랑이 문양으로 상대 선수들을 기선 제압할 계획이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빠른 물체 중 하나인 퍽(최고 시속 180㎞)이 사정없이 날아다니는 아이스하키 링크에서도 헬멧은 필수다. 아이스하키 헬멧에는 케이지(철망) 또는 바이저(플라스틱 얼굴 보호대)를 무조건 부착해야 하는데, 특히 부상 위험이 높은 골리(골키퍼) 및 여자 선수들과 18세 이하 선수들은 케이지 헬멧 착용이 필수다. 바이저 헬멧은 시야 확보와 호흡이 쉽고 가볍지만, 눈 아래 부분은 보호해주지 못해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 중에선 퍽에 맞아 앞니가 깨지거나 빠진 사람이 많다.
빠른 속도를 겨루거나 공중에서 묘기를 부리는 스키ㆍ스노보드 종목은 안전을 위해 모두 헬멧 및 고글 착용이 의무다. 시속 140~160㎞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활강 등 알파인 스키에서 사용되는 헬멧은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소재를 이용해 쇠망치로 때려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강하면서도 가볍다. 공중 회전 등 위험한 동작이 많은 프리스타일 스키나 스노보드 종목에서는 좀 더 두껍고 무거운 헬멧을 착용하는데, 거꾸로 떨어질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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