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민간 전문가 워싱턴 방문
대화와 압박 사이 해결책 논의
내일부턴 6자 대표간 조율 나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한반도 주변의 대응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포스트 평창’이 북핵 정세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대화와 압박의 두 축이 살얼음판 위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 비서관과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김기정 연세대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및 주요 연구소 한반도 전문가들과 ‘한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가졌다. 미국 측에선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제임스 핀치 국방부 한국과장 및 알렉산더 버시바우, 토마스 허바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 대사 등이 나섰다.
우리 측 참석자들은 남북 대화에 대한 미국 측 우려를 불식시키며 북미 대화의 접점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정 교수는 회동 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참석자) 일각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의도가 한미 동맹 균열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런 의도라고 해도 북한이 그럴 능력이 있겠느냐, 그야말로 ‘탈동조화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응원단 규모가 커서 체제 선전에 한국이 영향받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지만, 그에 영향 받지 않을 만큼 한국 사회가 충분히 건강하다는 데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준형 교수는 “원한다면 대화에 나가겠지만, 북미대화를 하는 조건으로 보상을 하는 일은 없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라고 전했다.
6자 회담 수석 대표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측 6자 회담 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도쿄와 서울을 방문해 양국 고위 관계자를 만나 대북 문제 등을 조율한다. 윤 대표는 특히 5일 서울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갖는다. 이 본부장은 이에 앞서 31일부터 2월2일까지 러시아를 방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회동해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
남북 대화를 북미대화로 이어가겠다는 게 우리 구상이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 신호가 없어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북한 관리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잇따라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불과 몇 달 뒤에는 핵무기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우리 임무는 비외교적 방법으로 이런 위기를 해소하는 일련의 옵션을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해법이 실패할 경우 군사 옵션을 시사하며 대북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그는 다만 “전면전이 대규모 파괴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대통령과 고위관계자들이 유념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옵션은 설명하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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