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 있어야 할 질소차단 밸브
사고 전 1시간 이상 열려 있어
경찰, 운전실 컴퓨터 기록 찾아
포스코 직원 사법처리 불가피
포스코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질소가스 질식사고는 인재(人災)였다. 반드시 닫혀 있어야 할 질소차단 밸브가 사고 발생 1시간 이전부터 열려 있었던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제어실 직원들의 ‘사소한’ 부주의가 참극을 빚은 것이다.
포항남부경찰서는 30일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시설을 제어하는 운전실 컴퓨터에서 질소차단 밸브가 사고 전 한 시간 넘게 열려 있었던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당시 근무자들을 조만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정식 입건한 방침이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의 밸브는 질소가스를 방출하는 관의 밸브이지만, 다른 설비의 질소관과 연결돼 있어 압력차이로 유입될 수 있다. 경찰은 이 밸브를 통해 질소가스가 유입됐고, 냉각탑 근로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들어갔다가 산소부족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 당일 운전실에는 포스코 소속 정직원 7명이 1개조를 이뤄 근무하고 있었고 3명이 자리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3명 모두 질소차단 밸브가 열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 나머지 4명은 현장 점검을 이유로 운전실을 비운 상태였다.
경찰은 질소차단 밸브가 열리기 전 운전실과 산소공장 내 전기 공급을 맡고 있는 부서간 무선통신 기록도 입수했다. 경찰은 전기 공급 부서에서 산소공장 내 다른 장치의 정비를 위해 전원을 켰고 질소차단 밸브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은 10년 만에 대수리에 들어가 냉각탑 내장재 교체 외에도 다른 수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냉각탑 제어실 근무자의 부주의가 사고발생 주원인으로 보인다”며 “운전실 직원을 상대로 조사해 근무수칙 위반 등 과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숨진 근로자 과실은 드러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숨진 근로자의 가족들은 30일 오전 대구지방노동청의 사고 경위 브리핑을 청취했고 오후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포항남부경찰서의 브리핑을 받았다. 두 곳의 브리핑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4시쯤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항제철소 안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TCC한진 소속 근로자 이모(47)씨 등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포항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숨졌다. 근로자 4명은 산소공장 내 냉각탑 안에서 성인 손바닥만한 내장재를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냉각탑은 가로 5m 세로 5m 높이 20m 정도의 거대한 직육면체 타워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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