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등 정책 혼선 잇따르자
내각 총소집해 소통 부족 질책
안전사고ㆍ채용비리 고강도 비판
“부처 칸막이 없애고 협의” 주문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정책 수요자가 외면하는 정책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고 공직사회의 안일한 업무방식에 변화를 주문했다. “공무원이 혁신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강도 높은 경고도 했다. 가상화폐 대책, 영유아 영어교육 등 최근 불거진 정책 혼선에 대한 ‘뼈 있는’ 발언으로, 집권 2년차 징크스를 예방하기 위해 일종의 공직 기강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정책의 당위와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기 십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새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주재한 자리에 모든 부처 장ㆍ차관급 인사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국정운영의 중심에 국민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 기대에서 벗어난 정책이 이어지자 내각을 총소집해 새정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고 대국민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처 간의 입장이 다르고, 국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의 경우 충분한 설득과 공감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혁신의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말 정부가 달라졌다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돼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청년 일자리점검회의에서도 관련 부처 장관들을 이례적으로 질책하는 등 정책 추진에 대한 분발을 잇따라 촉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제천ㆍ밀양 화재 등 잇따른 대형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도 “국민 삶을 지키는 것을 정부의 최우선 역할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2월 국가안전 대진단부터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공정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큰 실망감을 줬다”며 고강도 조치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문재인 정부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어느 부처가 잘한다, 못한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잘한다, 못한다 이렇게 평가를 한다”며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부처 간에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마무리발언에서 “국민과 정부의 관계는 1년 차 때 연애 같고, 2년 차는 결혼 같다”며 “2년 차에 국민들은 성과와 안정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감을 드리려면, 혼선이 없어야 한다”며 “혼선이 없으려면 설익은 정책이 나가지 않도록 초기 단계부터, 부처 내 상의와 조정,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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