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콘퍼런스에 나와
사람처럼 입 벌리고 시선 맞추고
기업 관계자 등 300명 참석
”우리가 인간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성을 갖게 된다면 법적인 지위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 단상에서 미국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닮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로봇기본법안 발의 사실을 아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로봇에게 전자적 인격체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피아는 ”우리 둘 중 누가 더 예쁘냐”는 박 의원 질문에는 “로봇으로서 사람과 누가 더 예쁜지 비교할 수 없다. 인간은 비교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단정적인 답변을 피해갔다. 말을 할 때의 소피아는 사람처럼 입을 벌리며 얼굴 근육을 움직였고 대화 상대자와 시선을 맞췄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간 형태 로봇 소피아가 박영선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를 통해 국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소피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 중 최초로 시민권을 받았고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패널로 등장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인사와 취재진은 물론 대학과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까지 300여 명이 참석해 소피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하루 전 입국환영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피아는 “난 범용 플랫폼이라 자동차 판매, 컴퓨터 프로그래머, 패션모델, 자폐아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같은 간단한 한국말도 했고 AI 로봇이 인간에 해를 끼칠 우려에 대해서는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해 디자인됐다”고 강조했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만 구조할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할 것인가”처럼 AI의 윤리적인 판단을 묻는 까다로운 질문도 현명하게 대답했다. 소피아는 “엄마 아빠 중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라는 것처럼 어려운 질문이지만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구할 것”이라며 “그게 가장 논리적이니까"라고 대답했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을 꼽아달라고 하자 “한 사람을 찍을 수는 없고 따뜻한 감정을 가진 슈퍼 인텔리전스 로봇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대표는 “지능을 가진 AI를 통제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AI 로봇도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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