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는 대한민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열악한 환경 속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얘기를 다뤘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한국 스키점프로 처음 출전했던 최흥철(37), 최서우(36), 김현기(35), 강칠구(34) 선수가 영화 속 실제 인물이다. 2016년 5월 막내 강칠구가 은퇴 후 대표팀 코치로 변신했지만 나머지 세 명은 여전히 한국 스키점프를 이끌고 있다.
강칠구 코치를 제외한 스키점프 삼총사는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6번째 올림픽 비행을 꿈꿨다. 그러나 국제스키연맹(FIS)이 남자 대표팀에 부여한 출전 쿼터는 단 두 장뿐이었다. 개최국 쿼터와 예비 쿼터 한 장씩이다.
개최국 쿼터는 FIS 포인트가 가장 높은 최서우(49점)가 가져갔고, 다른 국가들이 출전권을 포기해 넘어온 예비 쿼터는 김현기(10점)가 획득했다. 최서우와 김현기는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으로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40ㆍ은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반면 ‘맏형’ 최흥철(5점)은 초대 받지 못했다.
대한스키협회는 ‘국가대표’ 주인공들의 단체 비행을 위해 최소 네 명이 있어야 출전할 수 있는 단체전 티켓 가능성을 FIS에 타진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30일 “최서우, 김현기, 최흥철에 노르딕 복합(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가 결합된 종목)의 박제언까지 네 명으로 단체전 멤버를 만들어 FIS에 올림픽 단체전 추가 쿼터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원하는 답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국 스키점프의 황금기를 열었던 최흥철은 선수로선 올림픽 무대와의 인연을 더 이상 잇지 못하게 됐다. 최흥철은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냈다. 또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단체전 동메달을 추가했다.
비록 평창올림픽 꿈은 불발됐지만 최흥철은 현재 일본에서 최서우, 김현기와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으며 2월 4일 귀국한다. 올림픽 이후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올림픽이 끝나고도 대회가 계속 있어 훈련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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