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미생물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들고, 미생물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지속 가능한 기술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기초연구가 플라스틱 제조ㆍ분해 공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공학과 교수팀은 대장균을 활용해 포도당 등 바이오매스로부터 플라스틱의 종류 중 하나인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는 강도와 열 안정성이 우수해 병ㆍ식료품 포장재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이다. 대표적인 방향족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로는 페트병의 원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있다.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는 원유에서 복잡한 공정을 거쳐 생산을 해왔는데,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교수팀은 또 기존보다 뛰어난 PET 분해 능력을 갖춘 효소도 개발했다. 앞서 2016년 일본 연구진은 미생물인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 균에서 PET를 분해하는 새로운 효소(PETase)를 발견해 국제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었다. 이번에는 유전자 재조합 등을 통해 이 효소의 PET 분해 능력을 키운 변이 효소를 만든 것이다. PET는 페트병의 원료로 쓰이는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중요 원료지만 자연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환경오염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 제조ㆍ분해 과정이 친환경 화학산업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각각 지난달 8일과 26일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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