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배우 이병헌이 ‘싱글라이더’(2017년)에 이어 또 현대인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담은 캐릭터로 돌아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겉모습은 코믹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힘든 유년기를 보낸 캐릭터 조하를 폭넓은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고 어렵게 가족을 다시 만났지만 또 다시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연기를 펼쳤다.
-무게감을 한층 덜어낸 연기가 돋보였다.
“이게 사실 어떤 영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연기 톤이 달라진다. 나는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장르와 역할이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로부터 간접 경험으로 들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고 현실적인 감정들이 표현돼 있었다. 상업영화나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이 가진 감정은 상상에 의존해야 한다.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현장보다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했다.”
-조하의 정서와도 닮았나.
“정서적으로 닮은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쓸쓸함을 느끼지 않나. 나 역시 그럴 때가 있고. 공식석상에서는 늘 논리정연하고 멋있게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사실은 뭔가 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실생활에서 보인다. (웃음) 나를 아는 사람들은 조하를 보며 ‘너 같은데?’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조하의 겉모습이 상당히 코믹하다.
“외관은 내가 얘기한 대로 했다. 주변에서도 ‘머리가 왜 그러냐’며 깜짝 놀라더라. 사실 조하의 성격 상 무조건 편한 걸 추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는 그냥 스포츠로 가자고 했는데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분이 윗머리부터 막 잘랐다. 옆머리, 뒷머리만 남아 있는 게 그럴싸했다. 영화가 끝날 무렵 권투 선수 이미지를 찾아봤는데 박종팔 선수가 내 헤어스타일과 똑같더라.”
-현실적인 이야기니 공감 간 장면들도 많았을 것 같다.
“너무 많았다. 우리가 겪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모여 있는 영화니까. 편집된 장면이지만 엄마 인숙(윤여정)이 진태(박정민)에게는 밥 먹으라고 하면서 조하에게는 밥 먹으라는 말을 안 하는 장면이 있다. 조하의 쓸쓸함 또는 아직 섞이지 못한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박정민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사실 서번트 증후군 역할은 몇 배우들이 이미 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며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쉽지 않은 연기이기도 하고. 그런데 선뜻 그 역할을 선택하고 피아노도 쳐보지 않았던 친구가 해내는 걸 보면서 재능도 노력도 다 갖춘 후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칭찬해주고 싶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윤여정과는 서먹한 모자 지간을 연기했는데 촬영하면서 불편하지 않았나.
“연기 할 때는 너무 재미있고 편했다. 워낙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스타일인데, 그게 너무 웃겼다. 윤여정 선생님만의 개그와 코미디니까. 한 번은 다시 촬영하고 싶은 장면이 있어서 ‘한번만 더 가고 싶다’고 얼버무리며 말씀 드리니 ‘그래, 그래야 아카데미상 타지’라고 하시더라. (웃음) 또 부끄러움을 의외로 많이 타신다. 양면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매력을 지닌 분이다.”
-브레이크 댄스를 아주 여유롭게 잘 추던데.
“몸이 예전처럼 말을 잘 안 듣더라. (웃음) 어려울 때 많이 춘 춤이다. 원래 그 신의 지문은 ‘갑작스럽게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조하’라고 짧게 적혀 있었다. 엄마와 조하가 처음으로 서로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사실 이들의 마지막이 어느 정도 예감은 되니까 슬픈 장면이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브레이크 댄스를 췄는데 카메라가 ‘컷’을 안 하더라. 그 다음부터는 모두 애드리브였다.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서 춤을 추는 장면들이 전부 애드리브다.”
-‘인간’ 이병헌은 어떨 때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나.
“사실 그 감정은 누구나 다 느끼고 살지 않나. 어느 정도냐의 차이겠지만. 왜, 자신이 쓸쓸하고 외로운지 모르다가 ‘많이 외로우시죠?’라는 한 마디에 눈물을 왈칵 쏟는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그런 질문을 듣는 순간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조하의 정서 역시 쓸쓸함인데 사실 이게 해결이 안 되는 거거든.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또 누군가를 떠나 보내니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FA 시장이 달라졌다, 정의윤-채태인-최준석이 보여주는 변화
문 대통령 일자리 질책 '왜 일자리는 생기지 않을까?'
[타임아웃] ‘1987’ 이한열 열사는 왜 강동원이었을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