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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행 불발 김서현 “며칠간 눈물 펑펑… 이제는 후배들 응원합니다”

입력
2018.01.30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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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 스키 대표팀 맏언니

“불분명 기준에 스키 관둘까 생각

마음 다잡고 꿋꿋이 훈련 참가”

여자 알파인 스키 대표팀의 맏언니 김서현. 연합뉴스
여자 알파인 스키 대표팀의 맏언니 김서현.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꿈이 무산된 여자 알파인 스키 대표팀의 ‘맏언니’ 김서현(27)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하루도 편하게 잠든 적이 없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써 노력했다고 했다. 이젠 누구를 원망만 하기보다는 그 동안 함께 고생했던 후배들을 응원하는 것이 맏언니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29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만난 김서현은 “정해진 결과(대표 선수 명단)를 일개 선수의 힘만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나도 ‘스키를 그만두고 나갈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함께 고생한 후배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 분위기가 좋아야 팀도 사는데, 내가 응원을 하면 후배들이 편하게 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올림픽 때도 ‘긴장하지 말고 스키를 타라’고 응원하며 포옹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3명 중 1명은 올림픽에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 여자 알파인 대표팀은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었다. “선수촌에서 밥은 어떻게 나올까”, “선수촌 이불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대”, “개ㆍ폐막식 기대되지 않니” 등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국제스키연맹(FIS)은 한국의 알파인 출전 쿼터를 남녀 2장씩 총 4장이라 발표했고, 알파인 대표 9명 가운데 5명이 짐을 싸야 했다. 여자 대표는 강영서(21)와 김소희(22)가 선택을 받고 맏언니 김서현은 탈락했다.

김서현이 29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섭기자
김서현이 29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섭기자

선수단 결단식이 열리는 24일 뒤늦은 탈락 통보를 받았고 떨어진 선수들은 대한스키협회의 불분명한 선발 기준에 반발했다. 남자 대표팀 경성현(28) 측은 29일 대한스키협회를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김서현은 대표 선수 엔트리 마감 제출일인 28일까지 선수 명단이 바뀌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지만 변한 건 없었다.

김서현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부분은 여자 선수로는 한국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활강ㆍ슈퍼대회전) 종목에 출전하는 것과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공들인 탑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그 동안 여자 알파인은 기술(회전ㆍ대회전) 종목에만 내보냈다. 김서현은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따고자 지난해 12월 중순 혼자 말도 안 통하는 러시아 대회에 나가 기준 포인트를 채웠다.

평창올림픽만 바라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봤지만 돌아온 건 좌절감뿐이었다. 5세 때 처음 스키를 가르쳐준 가족들도 가슴이 찢어졌다. 함께 스키를 탔던 친언니는 “미련 갖지 말고 그만 둬라”고 했고, 부모님도 “집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김서현은 꿋꿋이 스키를 탔다. 27일부터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이를 두고 친구들은 ‘멘탈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혹시 대표팀 예비 엔트리라도 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노크할 생각이다. 김서현은 “스키를 타고 싶지 않았지만 실제 다시 타보니 이대로 그만둘 수 없겠다는 마음뿐이다”며 “2022 베이징올림픽까지 해봐야 하나라는 고민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베이징 대회까지 도전할지 여부는 명확한 대표 선수 선발 기준이 마련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김서현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이번처럼 올림픽이 또 다시 불발되면 지금 보다 몇 백 배, 몇 만 배 상처가 깊어질 것”이라며 “대표 선수 선발 기준을 두루뭉술하게 해놓지 말고 명확히 선수 인원을 공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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