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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북 대화정국 불구 열병식 강행’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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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북 대화정국 불구 열병식 강행’ 의지

입력
2018.01.30 00:3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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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ㆍ남남 이간질 의도 노골화

美ㆍ보수 “국제사회 도전” 연일 맹공

우리 정부 입지 갈수록 좁아져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벌인 열병식 장면. 이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처음 공개됐다고 이튿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벌인 열병식 장면. 이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처음 공개됐다고 이튿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북측 내부 경축행사에 대한 우리 언론의 시비’를 핑계로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겠다고 29일 통보했다. 북측이 언급한 내부 행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내달 8일 열릴 예정인 건군절(2ㆍ8절) 기념 열병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 대화 정국과 무관하게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어떻게든 한반도 해빙 무드를 끌고 가려는 남측 정부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다음달 8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은 상당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이 있다”며 “지난해 4월 15일(태양절ㆍ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 진행과 유사한 패턴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행사 당일에는 현재 1만2,000명가량인 투입 인원이 수만명까지 불어나고, 화성-15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같은 전략무기들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과 국내 보수진영은 북한이 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에 쏠린 시선을 자신들에게 돌려 도발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최근 “북한 열병식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경고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이날 정부를 겨냥해 “북한 대변인이냐”고 반문하며 “끝없이 아부하면서 대화를 구걸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하지만 정부는 열병식이 올림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내부 수요에 따른 행사로 본다”고 했다. 대외 무력 과시용이라기보다 조선인민군 창설 70주년을 대내적으로 기념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열병식을 놓고 한미 간, 남남 간 이견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은 건군절 행사의 성격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다. 28일부터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시민단체를 싸잡아 반(反)통일 세력으로 규정하고 관영 매체를 통해 “대화를 망치려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한미와 남남 이간질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향후 국면 전환의 관건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를 공개할지 여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열병식이 강행되면 북한이 주장하는 ‘북핵 평화’를 수용해야 하는지, ‘비핵 평화’를 고수해야 하는지를 두고 한미와 남남 사이에 다시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략무기 없는 내부용으로 행사를 치르도록 정부가 북한을 자제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미국을 상대로 평창 올림픽 이후 한미 군사연습을 축소 조정하자고 설득할 명분이 생기고 북미 대화의 문도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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