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스키장 훈련 관련
대북제재 위반 보도에도 불만
북한이 내달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29일 돌연 취소했다. 공연 예정일인 4일을 엿새 앞두고서다. 북한이 국내 언론 보도를 취소 사유로 지목한 가운데 정부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뒤 처음으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10시 10분쯤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훤회 위원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2월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들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상 기류는 통일부가 이날 발표하기로 했던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및 금강산 합동문화행사 일정 발표를 지연하면서 감지된 바 있다. 통일부는 발표를 미루며 “최종 조율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자체가 미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남북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공연 준비 차 먼저 방북해야 하는 인력들의 파견 일정 역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문제 삼은 언론 보도는 두 가지로 관측된다. 우리측이 북측에 제공하는 편의 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조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과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다음달 8일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대규모 건군절(2ㆍ8절) 열병식 관련 보도다.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은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릴 남북공동 스키훈련에 참가할 우리측 선수단의 비행기 이용 검토와 함께 본격화했다. 갈마비행장 이용료와 영공 통과료를 우리측이 지불할 경우 북한을 상대로 한 대량 현금(Bulk Cash)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기 섭외도 난관이었다. 북한에 다녀온 모든 선박과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를 미국이 지난해 9월 선포했는데, 항공사 입장에서 선뜻 나설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북한 열병식 관련 보도도 북한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내달 8일 북한이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병식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부는 “북한의 내부 수요에 따른 행사로 본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내에서는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열병식이 올림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 결정 이래 정부의 첫 유감 표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북측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 중”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앞서 북한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위시한 북한 사전 점검단의 방남 계획을 번복했을 당시 ‘중지’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이번에는 ‘취소’라고 단정 짓고 있는 만큼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준비가 재개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남측 보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며 “금강산 행사를 취소한 만큼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까지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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